연체액 14조6000억…고금리·비용 부담에 다시 확대
하이닉스 성과급에도 이천 상권 매출 0.8% 증가 그쳐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주식시장 랠리라는 화려한 거시 경제 지표 뒤에서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은 사상 최대 수준의 빚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전선의 온기가 민생 현장으로 흘러가지 못하면서 지표와 체감 경기 간의 양극화가 한층 심화되는 모양새다.
23일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6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개인사업자의 총 대출 잔액은 732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조원 증가했다. 시중은행 대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난 결과다. 자영업자들의 조달 창구가 점차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큰 경고음은 건전성 지표에서 울리고 있다.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한 연체 금액은 총 14조6000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무려 12.6% 급증했다. 지난해 말 반짝 감소했던 연체액이 다시 폭발적으로 반등하면서 고금리와 비용 부담을 견뎌온 소상공인들의 상환 여력이 사실상 한계선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강예원 한국신용데이터 데이터 총괄은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 금액이 한 분기 만에 다시 증가로 돌아선 점은 경영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수출 전선의 호황이 지역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도 끊겼다. KCD가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경기 이천시 일대 점포 486곳의 매출을 정밀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가 지난 2월 초 대규모 초과이익 성과급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1분기 인근 상권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0.8%에 그쳤다. 지난해 이천 상권 매출이 연간 5.6% 성장했던 흐름과 비교하면 '성과급 특수'가 내수 현장에 전혀 번지지 않은 셈이다.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천 상권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소비 심리는 개선됐지만 실제 소비는 엇갈렸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6.6으로 전월보다 올랐지만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6% 줄고 서비스업 생산도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과 증시 랠리가 경기 기대를 끌어올렸지만 소비 현장까지 온기가 번지지는 못한 셈이다.
가계의 소비 여력도 넉넉하지 않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늘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4%에 그쳤고 흑자액은 줄었다. 벌이는 조금 늘어도 실제로 남는 돈이 줄어드는 구조에서는 외식·여가·여행 등 선택적 소비가 먼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돈의 방향이다. 반도체 수출과 증시 랠리는 경기 회복 기대를 높였지만 그 온기는 소비와 자영업 현장까지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돈이 벌리는 곳과 돈이 도는 곳이 갈라지면서 내수 회복은 지표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K-양극화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취약 부문에 성장의 과실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