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14조 돌파
삼전 5억 사내대출 "마음 같아선 규제하고 싶다"

최근 증시 활황 속에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확산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급격히 쏠리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경고음을 울렸다. 이 원장은 22일 “차입투자 확대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과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 방안을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최대 5억 원 사내 주택자금 대출에 대해서도 “마음 같아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체계 안으로 편입하고 싶다”며 규제 검토 필요성을 내비쳤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신용융자 등 차입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끌고 가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급격한 팽창이다. 지난달 27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 규모는 현재 1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 당시 약 4조5000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이달 중순 9조6000억원까지 급증했고 이후에도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이 원장은 “연속 하락장이 발생할 경우 투자 손실이 -37%까지 확대되는 사례도 확인됐다”며 “이미 소비자경보를 발령했지만 과열 현상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회전율이 130~200%에 달하고 거래량과 시가총액이 시장 변동성을 좌우하는 수준까지 커졌다”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감원장의 경고는 최근 금융권 전반에서 확산하는 ‘영끌·빚투 2.0’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가 증권사 신용융자를 넘어 은행권과 카드업계로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잔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날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지난달 말 기준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도 43조253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레버리지 ETF까지 가세하면서 적은 자기자본으로 고위험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증시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으로 번지는 규제 우회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 원장은 사내대출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최대 5억원 규모의 주택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긴다는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한 입장이다. 이 원장은 “기업 복지 영역을 금융 규제 체계에 포함할 수 있느냐는 고민이 있었다”며 “공익적 측면에서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 복지라는 특수성이 있어 금융위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원장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은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숏리스트 발표 이전에 공개될 것”이라며 “회장 3연임과 관련한 보완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KB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며 숏리스트 발표는 다음 달 초로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은 CEO 승계 절차 투명성 강화,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준비해 왔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장기 연임 제한 장치가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원장도 “올 하반기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선임 절차가 다수 예정돼 있다”며 “모범규준뿐 아니라 법률 개정까지 포함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 보호 문제에 대해서는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 무산 사태를 정조준했다. 이 원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신고 자료에는 물량이 기재돼 있었는데 왜 국내 투자자에게 배정되지 않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며 “투자자 보호 절차와 물량 배정 경위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전문투자자 등록 과정의 적정성과 해외 투자 위험 고지 여부 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해당 사태로 투자자 자금이 장기간 묶이면서 민원이 대거 접수된 상태다.
한편 금감원은 보험사기와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AI 기반 통합 플랫폼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 원장은 “보험사기는 연간 9조 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실제 적발액은 1조 원 수준에 그친다”며 “건강보험 요양 데이터와 수사 정보 등을 연계한 범정부 차원의 AI 플랫폼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교와 군부대까지 불법사금융이 침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업군인 약 6000명이 채무조정 대상에 올라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레버리지 ETF와 사내대출을 동시에 언급한 것은 자산시장 과열의 공통분모가 과도한 레버리지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하반기 금융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결국 ‘빚을 통한 투자 억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