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ALL)은 대표적인 ‘완치 가능한 암’으로 꼽힌다. 항암치료의 발전으로 완치율이 80%를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재발’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한번 재발하면 완치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고 조혈모세포이식 등 강도 높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제 소아 ALL 치료의 목표도 단순한 완치를 넘어 재발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희영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혈액종양분과 교수는 최근 병원 진료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소아 ALL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발을 막는 것”이라며 “재발한 뒤 더 강한 치료를 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재발 위험을 낮추는 치료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ALL은 혈액을 구성하는 림프구계 백혈구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국내에서는 매년 250~300명의 소아 환자가 새롭게 진단된다. 1~10세 소아의 경우 완치율이 80% 이상으로 높지만, 10세 이상 청소년과 1세 미만 영아는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다.
최근 의료현장에서는 치료 후 몸속에 남아 있는 암세포를 측정하는 '미세잔존질환(MRD)'을 중요한 예후 인자로 활용하고 있다. 치료를 마쳤더라도 미세잔존질환이 확인되면 재발 위험이 커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주 교수는 “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암세포까지 찾아낼 수 있게 됐다”며 “미세잔존질환이 남아 있는 환자는 재발 위험이 높아 치료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아 ALL의 재발률은 약 10~15% 수준이다. 문제는 재발 이후다. 첫 진단 당시 80% 이상인 완치율이 재발 후에는 50% 미만으로 떨어진다. 소아 ALL 치료의 핵심도 재발 이후 치료보다 재발 예방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면역 표적치료제인 블리나투모맙이 있다. 환자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기전의 치료제로 기존에는 재발 환자를 중심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초기 치료 단계에서 활용하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서는 새롭게 진단된 소아 ALL 환자에게 블리나투모맙과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한 결과 3년 무질병생존율(DFS)이 96%를 기록했다. 화학요법 단독군의 87.9%보다 높은 수치다. 재발률을 낮춰 장기적인 치료 성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로 평가된다. 주 교수는 “DFS는 재발 없이 건강하게 생존하는 비율을 의미한다”며 “재발을 줄이는 것은 결국 환자의 전체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라면 조혈모세포이식을 적극 고려했지만 최근에는 가능한 이식을 줄이는 방향으로 치료 전략이 발전하고 있다. 주 교수는 “조혈모세포이식은 꼭 필요한 환자에게는 중요한 치료지만 다양한 합병증 위험도 있다”며 “소아 환자는 완치 이후에도 수십 년을 살아가야 하는 만큼 삶의 질까지 고려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블리나투모맙을 활용해 치료 강도를 낮추고 조혈모세포이식 필요성을 줄일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새로운 치료 전략이 실제 의료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블리나투모맙의 초기 공고요법 사용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주 교수는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치료임에도 적절한 시기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소아 환자는 대규모 임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해외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치료제는 국내에서도 보다 신속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아 ALL은 의학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분야”라며 “진단이나 재발로 절망하기보다 새로운 치료법을 믿고 꾸준히 치료를 이어간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