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애드에이지 A-List 한국 첫 톱10
인도 벵갈루루 거점으로 AI·데이터 허브 구축
1분기 영업익 398억…역대 최대 실적

김정아 이노션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이후 첫해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전통적인 광고대행 사업을 넘어 데이터, AI, 고객경험(CX), 콘텐츠, 커머스를 결합한 ‘성장 파트너’ 모델로 사업 체질을 바꾸며 이노션의 제2 도약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이노션을 이끌고 있다. 그는 1973년생으로 현업 광고인 출신 여성 최고경영자(CEO)로는 드물게 대형 광고사 수장에 오른 인물이다. 김 사장은 2006년 이노션에 입사해 △상무(2014년) △전무(2020년) △부사장(2023년)을 거쳐 2년 만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와 연세대 광고홍보학 석사 출신으로 1996년 광고업계에 입문해 현대차그룹, 구글코리아, 도미노피자 등 국내외 주요 브랜드 캠페인을 총괄했다.
그는 현대차 ‘쏘나타-차 없는 광고’(2013),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받은 ‘밤낚시’ 캠페인 등 다수의 화제작을 만든 제작자 출신이다. 이노션의 크리에이티브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김 사장은 칸 라이언즈, 뉴욕 페스티벌, 클리오 어워즈 등 세계 3대 광고제 심사위원으로도 여러 차례 참여했으며 국제 광고계에서 한국 크리에이티브의 위상을 높였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글로벌 광고 전문지 ‘캠페인 브리프 아시아’가 선정한 ‘한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1위’에 올랐고 2023년 애드아시아 CMG어워드 산업 리더 부문 본상을 받았다.
김 사장의 경영 방향은 명확하다. 광고 캠페인 제작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사의 사업 성장 전 과정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역량에 데이터 분석, AI 기반 업무 혁신, 고객경험 설계, 플랫폼 기획을 결합해 광고회사의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미국 시장에서 나왔다. 이노션은 애드에이지(Ad Age)가 발표한 ‘2026 A-List’ 톱10에 선정됐다.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크리에이티브 성과, 비즈니스 실적, 업계 영향력 등을 종합 평가하는 지표다. 광고업계에서는 영화계의 오스카, 미식업계의 미쉐린 스타에 비견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이노션이 해당 리스트에 오른 것은 국내 광고회사 중 처음이다. 미국 광고시장은 글로벌 전체의 35.3%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톱10에 진입했다는 것은 단순한 캠페인 성과를 넘어 조직 역량과 사업 성장성을 함께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노션은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기록을 만들어왔다. 2010년 국내 광고회사 최초로 슈퍼볼 광고 제작에 나섰고 2016년에는 제네시스 캠페인 ‘퍼스트 데이트(First Date)’로 슈퍼볼 광고 선호도 조사에서 자동차 브랜드는 물론 비미국계 기업 최초 1위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2년 연속 수상했다.
비즈니스 성과도 뒷받침됐다. 이노션 미국법인의 2025년 매출은 전년보다 7.7% 늘어난 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남부 캘리포니아 전체에서 2위에 올랐다. 현재 미국법인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한국타이어, 테일러메이드, 엘 포요 로코, 위너슈니첼, 진로 USA 등 다양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번 성과는 단일 캠페인의 성공을 넘어 크리에이티브와 비즈니스, 조직 경쟁력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며 “고객의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내는 글로벌 파트너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노션은 신흥 성장 시장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에 현지 오피스를 열고 데이터·AI·콘텐츠 융합형 비즈니스 솔루션 허브 구축에 나섰다.
이노션은 인도에서 이미 20년간 운영 경험을 쌓았다. 2005년 해외법인 중 처음으로 인도법인을 설립했고 전략, 크리에이티브, 디지털, 소셜, 콘텐츠, 고객경험, 프로덕션을 결합한 통합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지난해 기준 인도법인의 비계열 고객사 비중은 30%대에 달한다.
벵갈루루 거점은 단순한 지역 확장이 아니다. 데이터·AI 기반 퍼포먼스 및 예측 분석 역량과 콘텐츠·플랫폼 기획 역량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시험대다. 서울 본사를 포함한 22개국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계해 인도 내 멀티시티 전략과 신규 수익 모델 창출에도 나선다.
인도 광고시장의 성장성도 크다. 글로벌 광고비 전망에 따르면 인도 광고 시장은 2025년 138억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2026년 8%, 2027년 9.7%로 성장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도 김 사장의 체질개선 방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노션은 올해 1분기 매출총이익 2501억원, 영업이익 398억원, 당기순이익 3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총이익은 7.7%, 영업이익은 33.3%, 당기순이익은 134.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국내 매출총이익은 CX 부문 성장과 비계열 광고주 확대에 힘입어 7.8% 증가한 503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총이익은 미주와 유럽 권역 성장에 힘입어 7.7% 늘어난 1998억원을 달성했다.
이노션은 AI 전환 기반 업무 프로세스 혁신과 조직 효율화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판관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외형 성장과 이익 개선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하반기에는 북중미 월드컵 마케팅 효과도 기대된다.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역량을 확보해온 이노션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계기로 직접적인 수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 IP 비즈니스, 커머스 등 신사업을 고도화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김 사장은 외부 혁신기업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이노션은 벤처캐피털 에스비브이에이(SBVA)와 손잡고 성장 플랫폼 ‘UP 2026’을 진행한다. 블라인드, 크림, 오늘의집, 퀸잇, 런드리고, 라엘, 그래비티랩스 등 10여 개 혁신기업이 참여한다.
프로그램의 초점은 단순한 브랜딩 지원이 아니다. 참여 기업이 직면한 시장 확장, AI·데이터 활용, 브랜드 성장, 신규 수익 모델 등의 과제를 함께 진단하고 실질적인 사업 협력 기회를 찾는 데 있다. 이노션은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AI, 고객경험 역량을 연결해 협력 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이노션이 혁신기업과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고 기존 광고대행 영역을 넘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출발점”이라며 “각 기업이 실질적인 사업 확장 경로를 찾고 구체적인 성과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