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美금리·AI 머니…아시아 통화 덮친 3중 압박

입력 2026-06-1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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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너지 수입국, 달러 수요 급증
연준 연내 금리인상 전망…글로벌 자금 미국行 가속
한국·대만 등 개인투자자 美기술주 베팅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 올해 들어 일제히 약세를 보이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한 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AI 투자 열풍에 따른 자금 유출까지 겹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 인도 루피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 아시아 주요 통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화는 연초 이후 5% 이상 가치가 떨어졌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7% 가까이 하락했다. 태국 바트화와 필리핀 페소 역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각국은 통화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들어 700억달러(약 106조원) 이상을 투입해 엔화 방어에 나섰으며,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3주 동안 두 차례 금리 긴급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 정부도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투기성 거래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세 가지 악재로 인해 아시아 통화 가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첫 번째 악재는 유가 급등이다.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 수요의 80~90%를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호르무즈 봉쇄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에너지 수입 부담이 커졌다. 원유 거래가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는 만큼 달러 수요가 증가해 통화 가치에는 하락 압력이 가해졌다.

두 번째는 미국 금리다. 미국 경기 호조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배경으로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동아시아 경제 분석 전문 컨설팅업체 이스트아시아이콘의 폴 케이비 대표는 “아시아 통화는 호르무즈 봉쇄 이전부터 이미 약세였다”며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른 금리 격차 확대가 선행 요인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보다 낮은 아시아 채권 수익률이 글로벌 자금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 변수는 AI 투자 열풍이다. 한국과 일본, 대만은 반도체와 광케이블 등 AI 관련 제품 수출 호조로 역대 최대 수준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통상 수출 호황은 통화 강세로 이어지지만 이번에는 한국과 대만 등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와 AI 관련 종목에 대규모로 베팅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반도체주 급등 이후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호황 속에서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은 경제학자로서 거의 경험해본 적 없는 이례적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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