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달러’ 월드컵 앞둔 멕시코⋯축제 분위기 덮친 사회 갈등 [북중미 월드컵]

입력 2026-06-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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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막 하루를 앞둔 10일(현지시간) 소칼로 광장. (연합뉴스)
▲월드컵 개막 하루를 앞둔 10일(현지시간) 소칼로 광장.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둔 멕시코시티가 축제와 사회 갈등을 동시에 맞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월드컵 장식이 설치됐고 세계 각국 팬들도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전국교육노조(CNTE) 소속 교사들의 시위와 장기 실종자 가족들의 행진이 이어지면서 공동 개최국 멕시코가 보여주려는 축제 분위기와 도시가 안고 있던 사회 문제가 맞부딪히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멕시코시티에서는 임금 인상과 연금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파업 교사 시위대가 멕시코의 주요 팬 행사가 열릴 예정인 소칼로 광장 접근을 사실상 막았다. 이 때문에 월드컵 개막 전야 행사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멕시코는 미국, 캐나다와 함께 이번 대회를 공동 개최한다. 멕시코 정부는 11일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개막전에 맞춰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는 개막 축하 행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AP는 일부 비판론자들이 정부가 주민 부담을 외면한 채 해외 방문객을 맞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예산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번 월드컵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시험대다. AP는 셰인바움 대통령이 7월 통상 협상을 앞두고 악화하는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정치 스캔들과 치안 우려도 겹쳤다. 2월에는 월드컵 개최 도시인 과달라하라에서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해 당국이 치안 강화에 나섰다.

월드컵은 대형 스포츠 행사이지만 개최 도시 주민에게는 일상의 변화다. 교통 통제, 거리 정비, 치안 강화, 물가 상승, 상권 재편이 한꺼번에 벌어진다. 멕시코시티의 긴장은 월드컵이 도시를 축제장으로 바꾸는 동시에, 주민 생활과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차 넘어 번지는 축제

▲10일(현지시간) 개막 하루를 앞두고 멕시코시티경기장 앞에서 열린 공연을 보면서 멕시코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개막 하루를 앞두고 멕시코시티경기장 앞에서 열린 공연을 보면서 멕시코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멕시코시티는 서울보다 15시간 늦다. 11일 열리는 개막전과 축하 행사는 한국 시청자에게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이후 본격적으로 전달된다. 현지 팬들은 경기장과 팬 행사장으로 모이지만, 한국에서는 북중미 시차 때문에 상당수 경기를 오전 시간대에 보게 된다.

이번 대회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개국에서 열린다. 멕시코에서는 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 몬테레이가 개최 도시다. 세 도시는 모두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지만, 개막을 앞두고 부각된 쟁점은 다르다. 멕시코시티는 개막전과 주요 팬 행사가 집중된 곳이어서 축제 분위기와 시위가 직접 충돌했다. 과달라하라는 2월 폭력 사태 이후 치안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몬테레이는 다른 개최 도시와 함께 거리 장식과 방문객 맞이에 나섰다.

AP는 국제축구연맹(FIFA) 로고, 주황색 멕시코 메리골드 꽃, 대형 축구공과 각종 장식물이 멕시코시티와 과달라하라, 몬테레이 거리를 채웠다고 전했다. 팬들은 멕시코시티 거리를 걸으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멕시코축구협회는 이번 월드컵이 호텔, 식당, 스포츠 경기장 등에 30억달러(약 4조6000억원)의 수입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축제 앞 가로막은 시위

▲쇠메로 바리케이트를 가격하는 교사 노조원. (로이터연합뉴스)
▲쇠메로 바리케이트를 가격하는 교사 노조원. (로이터연합뉴스)

개막을 앞둔 멕시코시티의 가장 큰 변수는 경기 운영보다 거리 시위다. AP에 따르면 교사 시위대는 1주일 넘게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도로를 막고 월드컵 조형물을 쓰러뜨리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교사 시위대가 소칼로 광장 접근을 막고 있어 멕시코시티의 무료 팬 행사를 개최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도 거리로 나왔다. AP는 10일 밤 멕시코 실종자 가족 1000여 명이 촛불과 실종된 가족의 사진을 들고 11일 개막전이 열릴 예정인 아스테카 경기장으로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이 실종자는 특정 사고 피해자가 아니라, 멕시코에서 마약 카르텔 폭력과 조직범죄, 수사 부실 속에 장기간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이다.

AP에 따르면 일부 가족은 구호를 외쳤고, 다른 가족들은 침묵 속에 걸었다. 몇몇 정부 관계자는 시위 현장에 나와 가족들에게 경기장 전 “마지막 1마일(약 1.6㎞)” 지점까지만 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9년째 아들을 찾고 있는 로스카보스 출신 아드리아나 로사노는 AP에 “우리는 그저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라며 “너무 많은 젊은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대회를 앞두고 사회 불안은 없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AP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은 10일 “어떤 이유로든 소칼로를 개막 행사 장소로 쓸 수 없다면, 사람들이 무료로 경기를 볼 수 있는 장소가 18곳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구의 축제인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예선 한국과 포르투갈 경기 합동 응원에 나선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대형 태극기를 펼치며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예선 한국과 포르투갈 경기 합동 응원에 나선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대형 태극기를 펼치며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월드컵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거리 응원 기억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 광장에는 인파가 모였고, 붉은색 응원 문화는 한국 축구와 대중문화의 상징으로 남았다. 당시에도 교통 통제와 안전 관리 부담은 있었지만, 한국 사회는 월드컵을 대체로 공동체적 축제로 기억한다.

멕시코의 개막 전야는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대형 스포츠 행사는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 수입을 늘릴 수 있다. 동시에 주민의 생활비 부담, 생계 공간 축소, 사회적 불만도 키울 수 있다. 개최 도시는 세계의 시선을 받지만, 그 시선이 경기장과 축하 행사에만 머물면 도시가 안고 있던 문제는 더 크게 드러난다.

표값도 갈등을 키웠다. AP에 따르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자녀들과 함께 경기를 보러 갔던 66세 A씨는 이번 월드컵 경기장 관람을 포기했다. 입장권 가격이 수백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A씨는 AP에 “가격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돈 많은 외국인이 아니라면 많은 사람이 경기를 보러 갈 수 없을 것”이라며 “매우 차별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녀, 손주들과 함께 집에서 멕시코 대표팀을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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