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체육단체들이 개표소 봉쇄 시위 여파로 일주일째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데요. 오늘(11일)도 체육단체 직원들이 업무 재개를 위해 모였으나 시위대의 거센 항의로 경기장 진입 시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지금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이 100일 앞둔 시점이라는 점입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사용할 펜싱 장비 반출은 물론 국제대회 참가비·숙박비 납부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체육계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잠실 핸드볼경기장은 이번 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함이 이송된 개표소입니다. 5일 잠실7동 제2투표소 안에 있던 투표함 2개가 개표소인 핸드볼경기장으로 옮겨진 뒤, 시위대도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참정권 침해와 선거관리위원회 규탄을 주장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경기장 8개 출입문을 모두 봉쇄하고 외부인의 출입 통제에 나섰는데요. 체육단체 직원들까지 막아선 이유는 이들이 투표용지를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체육단체 직원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진입을 막고 있는 상황이죠.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에 따르면 개표소 봉쇄 시위가 시작된 이후 일부 직원들은 사실상 사무실에 갇혀 창문을 넘어 빠져나와야 했고, 출근을 시도한 직원들은 신분증 검사와 함께 몸과 가방 수색을 당했습니다. 연합회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욕설과 위협적인 언행 속에서 공포를 느껴야 했다”며 “일을 하려는 사람이 왜 이런 두려움을 겪어야 하느냐”고 토로하기도 했죠.

반면 체육단체 직원들은 “일터에 돌아가고 싶다”, “최소한의 일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출입을 요청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경기장 진입은 이뤄지지 못한 상태입니다. 체육단체 직원들은 경기장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경찰과 시위 참가자들 간 협의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핸드볼경기장에는 대한체육회 산하 대한핸드볼협회, 대한펜싱협회, 대한산악연맹, 대한우슈협회, 대한세팍타크로협회, 대한수중·핀수영협회, 대한당구연맹,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대한수상스키·웨이크스포츠협회 등 9개 종목 단체가 입주해 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 내부에 업무용 노트북과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회계 서류, 법인 인감 등 필수 물품이 그대로 남아 있어 사무실로 들어가지 못하면 정상 업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대한펜싱협회입니다.
대한펜싱협회는 인도 아시아펜싱선수권에 출전할 선수들의 참가비를 납부 마감일인 10일까지 내지 못했습니다. 시위로 인해 경기장 내 협회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송금 업무를 처리하지 못한 건데요.
아시아선수권은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과 함께 주요 국제대회로 꼽히는 무대입니다. 올해 대회는 18~2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대회 참가 자체가 불발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펜싱협회 사무처장은 “펜싱 칼이 협회 사무실 창고에 있어 선수들에게 며칠째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곧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대회도 있는데 참가비나 호텔비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22일부터 29일까지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2026 제24회 CMAS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약 50개국, 8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대회인데요.
문제는 대회 준비를 총괄해야 할 협회 역시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협회 측에 따르면 대회 운영 계획 검토는 물론 인천시와 주고받아야 할 각종 공문과 서류 업무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국제대회 특성상 선수단 수송, 현장 운영, 의료 지원 체계, 안전 관리 계획 등 사전에 점검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지만 관련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대회 개막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체육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수백 명의 해외 선수단이 입국하는 국제대회를 앞두고 행정 공백이 길어질 경우 대회 준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9개 경기단체 모두 출입 제한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운영과 국제대회 참가·개최 준비는 물론 각종 체육행정 업무까지 차질이 빚어지면서 사실상 체육계 전반에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특히 펜싱, 핸드볼, 산악, 우슈는 9월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인 만큼 대표팀 지원 업무도 중요한 시기입니다.
대한체육회 역시 공개 입장문을 통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라면서도 “다가오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비 국가대표 훈련 지원과 70여 종목 이상의 체육지도자 자격검정 시행 등 체육행정 서비스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행정 물품 반출 여건은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체육단체들과 시위대가 진행한 협상은 세 차례입니다. 출입 방안을 놓고 협상을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체육단체 측은 시위 참가자 입회와 물품 검사, 최소 인원 출입까지 수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촬영 여부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참정권 보호를 주장하는 시위와 체육단체들의 업무 정상화 요구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도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시작된 갈등은 어느덧 국가대표 훈련 지원과 국제대회 준비, 체육행정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잠실 핸드볼경기장을 둘러싼 갈등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