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과 인공지능 투자 불확실성이 겹치며 코스피 지수가 폭락해 전날 매수 사이드카 발동 하루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66.11포인트(4.52%) 내린 7730.82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장보다 16.18포인트(1.67%) 떨어진 951.6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오라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대폭 강화되면서 전반적인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장 중에 코스피 낙폭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코스피200선물 급락으로 인해 오후 1시16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는 전날 급반등에 따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지 단 하루 만에 방향이 완전히 전환된 결과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상승한 1525원으로 출발한 뒤 장 중 상승폭을 다소 축소하며 1524.2원대로 마감했다.
투자주체별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지수를 강하게 압박했다. 외국인은 2조7728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기관 역시 2조2668억원 규모의 순매도 폭탄을 던지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홀로 4조861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이들이 쏟아낸 매물을 대거 소화했으나 지수 폭락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종별로는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업종의 약세가 두드러지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인공지능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부각된 점이 국내 반도체 업종의 투자심리에 치명적인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6.06% 하락해 30만2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30만전자 선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SK하이닉스도 7.54% 급락한 204만8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200만전자 자리를 사수했다. 이외에도 반도체 업종 내 SK스퀘어가 6.78% 내렸고 DB하이텍은 9.75% 하락 마감했다.
소프트웨어 업종 역시 차익실현 매물이 지속적으로 출회되면서 지수 약세를 부추겼다. 대형 기술주인 NAVER가 11.67% 급락세를 기록한 가운데 LG씨엔에스는 5.25% 떨어졌고 삼성에스디에스도 10.89%의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면 중동 리스크 확산에 따라 방산 업종은 강세를 나타냈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가 인도네시아의 천궁-II 도입 추진 소식에 힘입어 8.97% 상승했고 한국항공우주와 한화시스템도 각각 7.75%, 5.77%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조선 업종 또한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HD현대중공업이 4.74% 올랐고 HD한국조선해양(6.34%), 한화오션(7.83%), HD현대마린솔루션(9.05%) 등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증시 폭락의 배경에는 미국의 대이란 공격 가능성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며칠 내 이란과의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미국 아파치 헬기가 이란 군의 공격으로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미군이 보복 공격을 개시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 국제 유가가 재차 상승하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으나 미군이 해당 조치를 방위적 성격이라고 밝히고 이란이 미국의 헬기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 유가 상승세는 다소 진정됐다. 또한 데이터센터 개발사인 크루소가 개발 중이던 1.8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기술주 전반이 약세를 보인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일 밤 한국 시간 9시30분에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될 예정"이라며 "시장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예상치를 상회하는 물가 지표는 연준의 긴축 우려를 확대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업종 전반적으로 약세가 전개됐으나 일부 업종으로 순환매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