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킨슨병이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의 새로운 보건의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는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사회적 관심은 치매 등에 비해 부족하고 새로운 치료제 도입과 재활·돌봄 지원도 더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파킨슨병 역시 단순한 노인성 질환이 아니라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24년 기준 약 14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환자 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손 떨림과 몸이 느려지는 운동장애지만 병이 진행되면 낙상과 보행장애, 삼킴장애, 언어장애, 수면장애,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지는 ‘웨어링 오프(Wearing-off)’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는 하루 여러 차례 약을 복용해야 하고 약효가 떨어지는 순간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낙상 위험이 커진다.
약은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24시간 약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진행성 파킨슨병 치료제 바이알레브(Vyalev)가 사용되고 있다. 기존 경구약보다 약효 변동을 줄여 중증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내로 들어오기 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바이알레브는 국내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며 약물뿐 아니라 전용 투여장비 승인과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환자단체와 학회는 치료 선택권 확대를 위해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안전성과 비용 부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치료제 도입도 중요하지만 파킨슨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정한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정책이사(아주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파킨슨병을 손이 떨리는 병, 약만 먹으면 되는 병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파킨슨병 인식 개선과 관련해 윤 교수는 “질환이 진행되면 낙상과 보행장애는 물론 언어장애와 삼킴장애,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 등이 동반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치매와 비교하면 정책적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윤 교수는 “치매는 국가책임제와 안심센터 등을 통해 다양한 지원 체계가 운영되고 있지만 파킨슨병은 약제비 지원 외에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환자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운동과 재활,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교수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신약 도입과 재활 지원도 중요하지만 결국 모든 정책의 출발점은 파킨슨병에 대한 사회적 이해”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