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40대 후반 여성이 경추디스크 탈출증 진단을 받고 한의원을 찾아왔습니다. 두 달쯤 전부터 목과 어깨가 뭉치고 팔이 저린 증상이 시작되어 인근의 큰 병원에서 MRI를 촬영하고, 디스크 탈출증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방사선 사진상의 디스크 탈출 정도는 그리 심하지 않다고 하고, 수술 적응증이 아니어서 진통제 복용과 도수치료를 한 달 가까이 반복했지만, 증상은 거의 그대로였다고 합니다.
먼저 가져오신 MRI 사진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환자분 말씀대로 탈출 정도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상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목을 직접 움직여 신경을 자극해보는 이학적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결과는 전형적인 경추 디스크 탈출증의 반응이었습니다. 분명 디스크에서 비롯된 증상은 맞았습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왜 사진보다 통증이 훨씬 더 심한가? 상담 과정에서 환자는 "선선한 날씨에도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잠시 뒤에는 다시 서늘해 진다"고 했고, 광대 부위가 옅게 붉어져 있었습니다. 갱년기 호르몬 변화 시기에 흔히 나타나는 신호였습니다.
갱년기 증후군은 자율신경 균형을 흔들고, 그 결과 통증을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같은 정도의 디스크 자극이라도 갱년기 시기에는 훨씬 더 큰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치료 계획을 다시 짰습니다. 먼저 시도하기 쉬운 추나 교정보다, 갱년기 증후군 자체를 가라앉히는 한약 처방을 앞세웠습니다. 환자분도 충분한 설명과 상담 끝에 이 순서에 동의했습니다. 이후 갱년기 증상이 누그러지자, 경추 디스크 탈출증에서 비롯되었던 통증 역시 함께 줄어드는 경과가 관찰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사진이 전부가 아닙니다. 디스크처럼 구조적 문제로 보이는 통증도, 그 이면에서는 호르몬과 자율신경, 생활 패턴이 함께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통증이 오래가거나 영상 소견과 체감 통증의 차이가 크다면, 사진 너머에 또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은지 함께 살펴보는 진료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