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피지컬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정호 명지대 산업대학원 특임교수는 5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젠슨 황 CEO의 방한 일정에 대해 “단순히 퍼포먼스 차원에서 이벤트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기업인들의 회동은 정치 쪽과 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업 총수들이라든가 이런 정도 반열에 있는 사람들은 뭔가 미리 다 준비가 돼 있고 내가 만질 수 있는 과실이 있지 않고서는 만나질 않는다”며 이번 회동 역시 사전에 실질적 협력 논의가 준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 범위가 과거보다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에는 좀 더 판이 커졌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HBM 핵심 공급사로 언급했다. 이어 피지컬 AI 분야에서 두산로보틱스, LG전자, 네이버, 현대차 등과의 협력 가능성도 짚었다.
박 교수는 두산로보틱스에 대해 “피지컬 AI라는 로봇을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게끔 만들기 위한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데 거점 파트너사 역할을 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에 대해서는 홈 로봇, 가전, 피지컬 AI 분야의 소재·부품 공급 측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역할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피지컬 AI가 확산될 경우 개인의 이동 동선이나 기업 현장의 공정 기술이 데이터화돼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짚었다. 그는 “필요한 게 또 네이버”라며 “네이버는 국가 단위 안에서 그 내부에서 소버린 AI라고 해서 국가 내의 데이터를 국가의 어떤 책임 기업 그 안에서 운영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대해서는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평가했다. 박 교수는 “가장 중요한 회사가 현대차”라며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옵티머스라는 피지컬 AI 로봇을 출시하고 그걸 바탕으로 전 세계 세일즈를 해 갈 텐데, 엔비디아도 피지컬 AI에 뭔가 로봇을 실질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대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적인 양산 능력과 주행 데이터를 갖춘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박 교수는 “현대차가 반 테슬라 진영에서 가장 중심에 놓여져 있는 회사 중 하나”라며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현대차를 놓을 수가 없다”고 봤다.
박 교수는 현대차와 엔비디아의 협력이 이미 깊게 진행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젠슨 황과 자율주행 분야를 함께 이끌었던 박민우 엔지니어가 현대차 자율주행 분야 부사장으로 이동한 사례를 언급하며 “양사의 일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을 현대차가 부사장으로 데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단순히 엔비디아가 설계한 물건을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가 아니라, 공동으로 플랫폼을 같이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파트너사 역할로 격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한국이 피지컬 AI 구현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말고 피지컬 AI를 구현하기 위해서 젠슨 황 입장에서 다른 데 찾아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산업 현장과 가정에 중국산 로보틱스 제품을 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일본과 독일은 HBM 반도체와 배터리 생태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가장 중요한 생태계가 이미 웰메이드 돼 있고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제조 환경에서 로봇을 써줄 수 있는 산업 인프라까지 가지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젠슨 황 CEO가 한국을 단순한 방문지가 아니라 피지컬 AI 플랫폼 확장을 위한 거점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젠슨 황은 한국을 단순히 이벤트 차원에서 온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저 이제 칩 팔러 다니는 장사꾼 아니고요. 피지컬 AI의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 겁니다’라고 엔비디아의 비전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이른바 ‘깐부 회동’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박 교수는 당시 엔비디아가 한국에 GPU 26만 장을 공급한 일을 언급하며 “돈 주고도 못 사는 물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한국에 GPU를 몰아줬다는 것은 앞으로 적극적인 파트너 국가로 한국과 해야 될 일이 많다는 짐작을 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슨 황 CEO의 네이버 방문 일정도 피지컬 AI 전략과 연결된다고 봤다. 박 교수는 네이버 1784 사옥에 대해 “아주 일찍부터 로봇 친화적인 형태로 건물을 지었다”며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와 로봇 배달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그는 엔비디아가 이런 건물 운영 체계를 표준 모델화해 다른 기업이나 공간에 판매하는 구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스타트업 행사에 대해서는 생태계 구축 차원으로 해석했다. 박 교수는 “대기업은 젠슨 황이 필요로 하는 회사들”이라며 “우리나라 스타트업 로보틱스 회사들은 젠슨 황이 이벤트를 열어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태계, 에코 시스템을 한국에 안착시키겠다는 의도까지 포함된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젠슨 황 CEO의 공개 행보에 대해서는 협력 기업에 신뢰와 예우를 주기 위한 전략이라고 봤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굴지의 반도체 또는 AI 관련 회사들은 전부 자존심 덩어리들”이라며 “엔비디아가 발주처고 협력회사를 하청업체처럼 대우하면 누구도 기분 상해서 적극적인 행보를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당신과 장기적인 미래를 같이 설정하고 있다는 걸 줘야 되는 것”이라며 젠슨 황 CEO의 대중적 행보도 협력사와의 장기 신뢰 구축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와 관련해서는 AI 관련 호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코스피 1만 포인트를 얘기하면 비관론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분위기가 아직도 좋다”며 시장의 유휴 자금과 피지컬 AI 관련 호재를 언급했다.
그는 과거 IT 산업과 달리 AI 시대에는 기술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 AI 시대는 사람만 일하는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며 “AI가 스스로 일을 해서 거듭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에이전트가 계속 연이어 터지는” 상황을 거론하며 AI 산업의 호재가 누적되고 있다고 봤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 증시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비중이 커졌고, 분산 투자 차원에서 일부를 덜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이 떠나는 걸 무조건 오를 만큼 올랐다고 해석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데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정세 불안도 AI 산업에는 역설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이란 사태도 AI 분야에서는 호재”라며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로봇과 AI 도입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실물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굉장히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투자 판단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최근 조정에도 추가 투자를 고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도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시니까 잘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