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월렛·하이브리드 결제·코인 정산 설계 마쳐
AI 에이전트 결제 확산 관건은 신뢰·책임·표준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반 결제가 기존 카드 결제망을 단기간에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기존 결제 인프라와 혼합되는 방식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남궁성 신한카드 페이먼트혁신실 본부장은 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6’에서 ‘Web 3.0 & Agentic Commerce 시대: 미래 페이먼트 시장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송금과 결제는 굉장히 많이 다르다”며 “결제는 사용자와 가맹점주의 편의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기존 결제망과 완전히 대체되지 않고 혼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궁 본부장은 카드사가 미래 결제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AI 에이전트 기반 결제 환경에 맞춰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나 코인이 카드를 대체하면서 카드사는 망한다는 관점도 있지만 카드사도 미래 결제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며 “신한카드는 실제 적용 가능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장과 함께 호흡하려 한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아직 실결제 사용은 제한적”
남궁 본부장은 Web3 결제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24시간 7일 결제를 가능하게 하고, 간소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실제 실결제 영역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짚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곧 송금과 결제를 많이 대체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실증 작업도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실결제에서 많이 쓰이고 있느냐를 보면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글로벌에서 쓰이는 사례 중 일부도 카드망을 이용해 스테이블코인이 결제되는 방식”이라며 “결제 단에서는 아직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인프라가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도 했다. 남궁 본부장은 “한국 사회는 여전히 80% 이상이 신용카드 사회”라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들지 않고 신용카드가 더 메리트가 있는데, 지금 스테이블코인을 굳이 사용할 동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활용 자체는 정해진 미래에 가깝다고 봤다. 자산 활동이나 송금 활동으로 개인 지갑에 쌓인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처를 찾는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가맹점 편의성·취소·정산 문제도 해결 과제
남궁 본부장은 가맹점 측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결제 도입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결제 취소와 정산 문제를 들었다.
그는 “생각보다 카드 결제 취소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며 “기차 예매와 홈쇼핑은 취소가 특히 많은 업종”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카드 수수료에는 취소 수수료까지 포함돼 있는데, 스테이블코인 구조에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되고 해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액 다건 결제도 과제로 제시했다. 남궁 본부장은 “편의점은 하루에 1000건 이상 결제가 일어나는 곳도 있다”며 “5000원, 1만 원 결제를 월렛에 일일이 기록하는 것이 가맹점주 입장에서 편한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 운영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월렛이 있더라도 사장님이 직접 카운터에 있는 경우도 있고 종업원이 있는 경우도 있다”며 “종업원에게 월렛을 어느 정도까지 개방할 수 있는지 같은 작은 이슈들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한카드 “월렛·하이브리드 결제·코인 정산 설계 마쳐”
남궁 본부장은 Web3 결제가 결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존 결제 프로세스를 단순히 대체하기보다 기존 사용자와 가맹점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한카드가 중요하게 보는 방향으로 △월렛 연결 △하이브리드 결제 △정산을 제시했다. 먼저 월렛과 관련해서는 고객이 어떤 월렛을 쓰더라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남궁 본부장은 “그룹 차원에서 월렛을 만들고 있지만, 다른 개인 월렛도 모두 쓸 수 있는 구조를 구성하고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결제도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일부는 스테이블코인, 일부는 카드, 일부는 다른 자산으로 복합 결제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지갑에 스테이블코인이 있으면 먼저 결제하고, 스테이블코인이 끝나면 체크 또는 신용으로 결제할 수 있는 카드 설계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서비스는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산 영역에서도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남궁 본부장은 “카드사는 결제 사업자이기도 하지만 큰 정산 사업자”라며 “고객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더라도 가맹점주에게는 현금이나 다른 방식으로 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들과 매일 상당히 많은 금액을 정산하고 있으며, 코인 정산에 대해서도 인프라와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 결제, 핵심은 ‘안전한 위임’
남궁 본부장은 AI 에이전트 기반 결제, 이른바 에이전트 페이에 대해서도 결제 시장의 새로운 변화로 언급했다. 그는 “AI 에이전트는 많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에이전트 페이는 아직 많이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결제사 입장에서는 승인과 결제를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부분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재 논의되는 에이전트 결제는 대부분 최종적으로 고객 승인을 받는 구조지만, 향후에는 고객이 사전에 조건을 위임하고 에이전트가 그 조건에 따라 결제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결제 위임은 단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궁 본부장은 “결제사가 고민하는 것은 앞에서 어떻게 잘 추천할까보다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결제가 이뤄지게 할 것인가”라며 “특히 온라인 결제와 글로벌 결제는 환불, 차지백, 공격성 결제 시도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동적 가격 책정 환경을 예로 들며 “최저가로 결제하라는 조건을 에이전트에 맡겼을 때 가격이 바뀔 때마다 결제 시도와 취소를 반복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결제 시스템 입장에서는 공격인지 실제 결제인지 확인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기술보다 표준 중요…결제 생태계 함께 논의해야”
남궁 본부장은 에이전트 결제 활성화를 위해 신뢰받는 에이전트 인증, 책임 소재, 고객 데이터 활용, 정산 안정성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이전트 거래 안정성을 누가 보장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신뢰받은 에이전트만 결제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그 신뢰를 누가 부여할 것인지가 결제 시장의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에이전트가 잘못된 결제를 했을 때의 책임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고객이 특정 상품을 요청했는데 에이전트가 다른 상품을 주문했을 경우 누구의 책임인지 해결되지 않으면 가맹점이 에이전트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끝으로 남궁 본부장은 미래 결제 시장에서는 기술 자체보다 표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은 좋지만 결국 이런 분야를 하기 위해서는 표준이 중요하다”며 “표준이 만들어져야 확장될 수 있는 만큼 결제 생태계가 함께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