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 큐리어스에 ‘모닝 월드컵’까지...속 타는 주류업계, ‘무알코올 맥주’ 사활

입력 2026-06-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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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줄이는 문화에 주류 불황 심화
“북중미 월드컵 시차 탓에 월드컵 특수 없어”
0.0과 0.00% 총동원, 아침 응원 후 출근족 겨냥
글로벌 무·저알코올 시장 130억 달러 규모 성장
국내도 2027년 956억원 확대 전망

▲(왼쪽부터) 테라 제로, 하이트 제로, 카스 제로, 클라우드 논알콜릭 (사진제공=각사)
▲(왼쪽부터) 테라 제로, 하이트 제로, 카스 제로, 클라우드 논알콜릭 (사진제공=각사)

여름 맥주 성수기를 맞이한 주류 업계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거나 줄이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가 정착하면서 전체 주류 소비 지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대 특수인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주요 경기가 한국 시간으로 새벽이나 아침 시간대에 중계될 예정으로 ‘한여름 밤의 치맥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더불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최근 가구당 주류 소비지출은 물가 상승과 음주 문화 변화 등이 맞물리며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에 주류 대기업들은 주류 불황과 아침 중계라는 이중고를 타개할 돌파구로 ‘맥주 맛 음료(무·비알코올 맥주)’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아침이나 낮 시간대 경기를 관람하며 출근이나 일상생활에 지장 없이 축제 분위기를 즐기려는 직장인과 축구 팬들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주류 시장 조사기관 IWSR에 따르면 전 세계 무·저알코올 시장 상위 10개국의 2023년 판매액은 한화 약 18조원 규모인 130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2027년까지 연평균 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주류 산업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시장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55.2% 성장했으며, 오는 2027년에는 956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주요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초기 국면이지만 향후 확장 여력이 매우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하이트진로음료다. 2012년 국내 최초로 무알코올 맥주 맛 음료 카테고리를 개척한 ‘하이트제로0.00’은 건강 및 자기관리 트렌드인 ‘올프리(All Free)’ 콘셉트를 앞세워 시장의 기반을 다져왔다.

출시 첫해 약 600만 캔 수준이었던 판매량은 2022년 약 2700만 캔으로 4배 이상 증가했으며 2023년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1억 3850만 캔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증명했다.

닐슨아이큐(NIQ)코리아 조사 기준 2025년 시장 점유율 약 36.8%로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는 하이트진로음료는 이번 월드컵 시즌에도 ‘부담 없는 스포츠 직관 음료’라는 타이틀을 수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는 오비맥주의 추격전은 거세다. 오비맥주는 기존의 대표 비알코올 제품인 ‘카스 0.0’과 더불어 젊은 층을 겨냥한 과즙 레이어드 제품인 ‘카스 레몬 스퀴즈 0.0’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하이트제로0.00과 정면 대결을 펼치기 위해 알코올을 완전히 뺀 신제품 ‘카스 올 제로’까지 출시하며 대형마트와 편의점 매대를 촘촘하게 파고들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대표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Kloud)’ 역시 논알코올 맥주를 찾는 젊은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해 디자인 리뉴얼을 통해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특히 ‘논알콜릭’을 강조하기 위해 더욱 커진 폰트의 한글 디자인을 중앙에 병행 배치해 소비자 시인성을 높였다.

이처럼 한 브랜드 내에서 발효 후 알코올을 여과한 ‘비알코올(0.0)’ 제품과 처음부터 알코올이 생성되지 않게 만든 ‘무알코올(0.00%)’ 제품을 동시에 쏟아내는 라인업 세분화 전략은 아침 응원전 이후 바로 운전을 하거나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선택지를 제공하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로 인해 일반 맥주 소비는 줄었지만, 건강과 분위기를 동시에 챙기려는 스마트한 소비자가 늘어났다”며 “이번 여름은 시차로 인한 아침 월드컵이라는 악조건을 무알코올 라인업 확장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주류 대기업들의 가장 치열한 영토 전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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