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중국식 해외투자의 ‘보이지 않는 위협’

입력 2026-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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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 통해 지분 확보 활발해
서구 기술기업의 특허 역유입 급증
한국도 유사 자금 전수조사 필요해

중국은 매년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실적을 발표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투자 잔액은 3조달러가 넘고, 미국,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3위인데 조만간 2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것은 자랑할 일이다. 중국이 해외투자를 가장 많이 한 지역은 다름 아닌 자국 영토인 홍콩이다. 홍콩을 빼고 국가별 비중을 살펴보면 버진아일랜드(영국령) 31.9%, 케이맨제도 20.6%, 싱가포르 9.9% 그리고 미국 8.6%였다. 버진아일랜드와 케이맨제도에 왜 이처럼 해외투자의 50%가 넘는 막대한 돈이 몰리는 걸까.

이들은 카리브해에 있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다. 한국도 여러 이유로 이들 조세피난처로 자금을 보내지만, 그 금액은 전체 해외투자의 12%에 불과하다.

중국은 사람이나 자금의 움직임을 모두 감독하며 통제할 수 있는 나라이다. 한국 여행객이 관광지에 입장할 때도 여권을 스캔하는 나라에서 막대한 자금이 조세피난처로 유출되는데 중국 정부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정부가 입을 닫고 있으니, 중국 학계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해외투자 통계가 투명하지 않다’라거나 ‘조세피난처로의 과도한 자금 유입이 잠재적 자본 도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도의 목소리만 나온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조세피난처 자금의 주요 목적은 세제 혜택을 노리고 다시 국내로 유턴(라운드 트립)하거나 제3국 우회 투자하는 것 등이었다. 즉, 중국 내부의 조세 회피나 규제 우회라는 국내적 문제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미국경제연구소(NBER) 보고서(Bai 외, ‘China’s Global Ownership’)는 중국 정부가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조세피난처 투자의 최종 목적지를 밝혀냈다. 연구진이 전 세계 16만 개 주요 기업을 추적한 결과, 중국 자본은 6242개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소유하고 있었으며 이 중 37.7%가 조세피난처를 경유했다.

수법은 치밀했다. A라는 유럽기업의 지분 6%를 싱가포르 법인 B가 소유했는데, B의 배후는 중국 국유기업 C이다. 또한 케이맨제도 소재 페이퍼 컴퍼니 D도 A의 지분 6%를 소유했는데, 실소유주는 중국 국유기업 E로 드러났다. 국유기업 C와 E의 지분 합은 12%로 지분 10%를 넘기며,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제로 영국 광산기업인 리오 틴토의 지분 14%는 샤이닝 프로스펙트라는 싱가포르 기업이 갖고 있는데 이 회사는 중국알루미늄공사와 연결되어 있었다.

연구진은 중국 자본이 개별 법인 명의로는 지분의 10%를 넘지 않도록 자금을 쪼개기 투자 한 이유를 ‘규제와 감시를 회피하기 위해’라고 해석하였다.

여러 기업이 작은 지분을 매입하면 해당 기업이나 해당국 정부에서 경계심을 낮추게 된다. 조세피난처를 거치면 실제 전주가 누구인지도 알기 어렵다. 문제는 이 기업들의 최종 소유주가 중국 정부(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라는 점이다. 평소엔 경영에 관심 없는 듯 숨어있던 전주들이 결정적인 순간 일제히 한목소리를 내며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구조다. 이들이 배후에서 통제하는 기업의 80%는 유럽과 북미에 집중되어 있었고, 업종은 제조업과 전문 기술기업이 가장 많았다.

해외투자의 가장 큰 목적이 기술습득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지만, 연구 결과는 훨씬 충격적이다. 중국 자본이 투입된 이후 현지 법인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급증하였다. 그런데 현지 법인의 특허는 늘지 않았고, 오히려 중국 기업의 특허가 이전보다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특히 국유기업의 특허 증가는 4.4배에 달했다.

중국 정부의 주도하에 자회사의 기술이 모기업으로 옮겨가는 기술의 역유입(spillback)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더 큰 비극은 자본력에서 밀린 현지 경쟁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포기하고 비용 절감이라는 생존 모드로 전환하면서, 선진국 시장 전체의 혁신 동력이 위축되었다는 점이다.

중국 자본은 서구권의 규제와 안보 심사를 피해 정체를 숨긴 채 글로벌 기술과 공급망 기업에 깊숙이 침투해 왔다.

이제 미국과 유럽은 감시망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의지만 있다면 우리 정부도 전수조사에 나설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베이징 서우두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만 감시할 때가 아니다. 전체주의 국가의 보이는 손과 그 배후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위협의 실체를 철저히 인지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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