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큐 감독 90% 생계 막막”…예산 44% 삭감에 개봉도 반토막

입력 2026-06-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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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 90% “영화로 생계 불가능”…제작비 부족분은 빚·개인 수입으로 충당
영진위 다큐 제작지원 예산 1년 새 44% 급감…선정률도 역대 최저 11% 기록
완성작 절반은 극장도 못 간다…OTT·스크린 독과점 속 독립 다큐 생태계 붕괴

▲이미지 생성 : 챗지피티 (자료제공=영진위)
▲이미지 생성 : 챗지피티 (자료제공=영진위)

한국 다큐멘터리 생태계가 창작자 생계 악화와 공적 지원 축소, 배급 위축이 맞물린 삼중고 속에서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큐멘터리 창작자 10명 중 9명은 창작만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예산은 1년 새 44% 급감했다. 완성된 작품조차 극장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등급분류를 받은 다큐멘터리 가운데 실제 극장 개봉 비율은 2023년 4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진위가 최근 발간한 ‘한국 다큐멘터리 전략 보고서’에는 한국 다큐멘터리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 상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다큐멘터리 창작자의 90%는 창작 활동만으로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44%는 연 소득이 2000만원 미만이었다. 장편 다큐멘터리 1편 제작에는 평균 3.6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제작비는 적정 수준의 62%에 그쳤고, 부족한 비용은 본인 수입(54%)이나 빚(17%)으로 충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창작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공적 지원 축소와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진위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사업비는 2023년 17억7000만원에서 2024년 9억9000만원으로 44% 급감했다. 이는 2019년 수준으로 후퇴한 규모다. 반면 지원 신청 편수는 2025년 156편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실제 선정 작품은 16편에 그쳐 선정률은 1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배급과 상영 환경도 악화일로다. 한국 다큐멘터리 극장 개봉 편수는 2006년 4편에서 2025년 38편으로 늘었지만, 등급분류 대비 실제 개봉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실제 개봉 비율이 41%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들여 만든 작품 두 편 중 한 편은 극장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구조인 것이다.

관객 확장 역시 정체 상태다. 개봉 다큐멘터리 가운데 관객 1만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 비중은 지난 20년간 평균 28% 수준에 머물렀다. 개봉 편수는 증가했지만 새로운 관객층 확대에는 실패하면서 기존 관객을 나눠 갖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스크린 독과점과 글로벌 OTT 중심 유통 구조도 독립 다큐멘터리 생태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넷플릭스 등 플랫폼 환경에서는 범죄·스포츠·셀러브리티 중심 콘텐츠가 알고리즘 노출을 독점하면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독립 다큐멘터리의 ‘발견가능성(Discoverability)’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극장 개봉과 플랫폼 노출이 모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공적 지원까지 축소된다면 독립 다큐멘터리는 시장에서 실패한 장르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방치되는 기록 매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제작지원 예산 축소를 영화 편수가 줄어드는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가 스스로를 기록하고 토론할 수 있는 문화적 장치를 잃어가는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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