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유튜버가 만든 괴담 '백룸'⋯박스오피스 1위 찍었다

입력 2026-06-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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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룸(Backrooms)' 스틸컷. (사진제공=(주)바이포엠스튜디오, 리바이브콘텐츠(주))
▲영화 '백룸(Backrooms)' 스틸컷. (사진제공=(주)바이포엠스튜디오, 리바이브콘텐츠(주))

20세 유튜버 출신 감독이 만든 공포영화 '백룸'이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콘텐츠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공포영화 '백룸'은 북미 개봉 첫날 3841만달러(약 579억원)의 수입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는 미국 독립영화 제작사 A24 작품 가운데 최고 수준의 오프닝 기록이다. 업계에서는 개봉 첫 주말 흥행 수입이 6000만달러(약 904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화는 1990년대 가구 판매원 클락이 우연히 미지의 공간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벽과 복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다루며 인터넷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백룸' 괴담 세계관을 영화화했다.

특히 이 작품은 할리우드 거장이나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20세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Kane Pixels (출처=유튜브 채널 'Kane Pixels' 캡처)
▲Kane Pixels (출처=유튜브 채널 'Kane Pixels' 캡처)

연출을 맡은 케인 파슨스는 전문 영화인이 아닌 유튜브 크리에이터 출신이다. '케인 픽셀즈(Kane Pixels)'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온 그는 10대 시절부터 백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단편 영상 시리즈를 제작해왔다. 대표작인 '백룸(파운드 푸티지)'는 블렌더 기반 웹 기술(CGI)과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 규격(VHS) 스타일의 영상 형식을 결합해 백룸 특유의 공간 공포를 사실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실제 공간을 촬영한 것처럼 느껴지는 카메라 움직임과 음향 효과, 아날로그 감성의 영상미는 전 세계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2022년 공개한 '백룸' 단편 영상은 현재 8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결국 인터넷 괴담을 기반으로 한 개인 창작물은 할리우드 영화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A24와 공포영화 '컨저링' 시리즈로 유명한 제임스 완의 제작사 아토믹 몬스터가 영화 제작에 참여했고, 케인 파슨스는 장편영화 감독으로 발탁됐다. 올해 기준 20세인 그는 A24 역사상 최연소 장편영화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평단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비평가 점수 90점을 기록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고 관객 점수 역시 74점을 유지하고 있다.

백룸의 시작은 2019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4chan'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었다. 노란 벽지와 형광등으로 가득 찬 텅 빈 공간 사진과 함께 "조심하지 않으면 현실의 틈에서 노클립(Noclip)돼 백룸에 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면서 도시괴담이 탄생했다.

백룸의 핵심 개념인 '노클립'은 원래 게임에서 캐릭터가 벽이나 지형을 통과하는 버그를 의미한다. 백룸 세계관에서는 현실의 오류나 틈새를 통해 세계의 뒷면 같은 공간으로 떨어진다는 개념으로 재해석됐다. 때문에 정해진 입구는 존재하지 않으며, 평범한 복도나 사무실, 엘리베이터 같은 일상 공간에서 갑작스럽게 현실감이 무너지며 진입하게 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화려한 괴물이나 잔혹한 장면 대신 익숙한 공간이 주는 불안감과 고립감으로 공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기존 호러 콘텐츠와 차별화됐다.

이 같은 독특한 세계관은 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영화 흥행과 함께 기업들의 마케팅 소재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 중 하나는 이케아 캐나다다. 이케아 캐나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백룸 지하실에도 이케아 가구가 있다"는 설정의 게시물을 공개하며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백룸 세계관을 브랜드 이미지와 결합한 사례다.

▲맥도날드가 자체 제작한 백룸 영상 중 일부. (출처=맥도날드 공식 홈페이지)
▲맥도날드가 자체 제작한 백룸 영상 중 일부. (출처=맥도날드 공식 홈페이지)
맥도날드는 자체적으로 백룸 콘셉트 영상을 제작해 공개했으며, 버거킹은 백룸 공간 속에 자사 햄버거 이미지를 합성한 게시물을 올렸다. 마운틴듀 역시 "백룸에 갇혀 있어도 저 앞에 바하 블라스트가 있다면 집으러 갈 것"이라는 문구를 활용해 공포보다 음료의 유혹이 더 강하다는 유머 코드를 선보였다.

패션·라이프스타일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주얼리 브랜드 언저스트는 백룸에 있을 법한 향을 콘셉트로 한 향수를 출시하며 세계관을 현실 상품으로 확장했다. A24 역시 백룸 특유의 불안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상징하는 노란 벽지 디자인 굿즈를 선보이며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 모습. (사진제공=서울교통공사)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 모습. (사진제공=서울교통공사)
국내에서도 백룸 마케팅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 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는 강남역 파고다타워와 홍대입구역 L7호텔 외벽에 영화 속 노란 공간을 구현한 대형 광고를 설치했다. 제목과 개봉일 외에는 별다른 설명 문구를 넣지 않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궁금증을 유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 속 현실 백룸 지도'도 공개했다. 이용자들은 지하통로와 상가 복도, 지하 공간 등 실제 장소를 백룸 분위기로 소개한 지도를 통해 국내 곳곳에 존재하는 '현실판 백룸'을 찾아볼 수 있다.

한 장의 노란 벽지 사진에서 시작된 백룸이 인터넷 괴담을 넘어 전 세계 트렌드를 움직이는 거대한 콘텐츠 IP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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