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프랑스 제친 K뷰티…기업가치 더 오르려면 브랜드가 필요하다

입력 2026-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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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선물 받은 화장품을 다 쓰면서 ‘선물 받은 것이니 다 썼지만, 내 돈 주고 살 제품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하는 쪽에서야 프랑스산이니 모양새가 났을테지만 받고 쓰는 입장에선 향도, 발림성도 만족스럽진 않았다. 어떤 브랜드인가 검색해보니 70년이 넘는 프랑스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였다.

오랫동안 글로벌 뷰티 시장은 프랑스 브랜드들이 사실상 상징처럼 여겨졌다. 좋은 화장품의 기준도, 선물용 화장품의 기준도 유럽 럭셔리 브랜드가 쥐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시장 데이터를 보면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금융경제 미디어 인베스토피디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의 메이크업 및 스킨케어 제품 최대 수입국은 한국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화장품 규모는 약 17억달러(약 2조5833억원)로 프랑스의 13억달러를 크게 앞섰다. 세계 최대 소비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프랑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건 K뷰티가 단순 유행을 넘어 산업 경쟁력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과거 중국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일본·유럽 등으로 시장을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한국식 스킨케어 루틴과 선크림, 앰플, 쿠션 제품 등이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 화장품은 수입 화장품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그런데 기업가치로 놓고 보면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기업 1개의 시가총액은 350조원이 넘는다. 반면 국내 시총 1위 화장품 기업가치가 10조원대이니 전체 화장품 상장사를 다 합쳐도 프랑스 기업 3분의1 수준밖에 안되는 셈이다.

파급력 면에서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제품력이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선물용 화장품 시장에서는 묘한 인식 차이가 남아 있다. 실제 만족도와 별개로 누군가에게 화장품을 선물할 때는 아직도 프랑스 브랜드 로고가 더 고급스럽고 성의 있어 보인다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한국 화장품은 ‘좋고 실용적인 제품’으로는 인정받지만, ‘럭셔리와 상징성’ 영역에서는 아직 유럽 브랜드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K뷰티의 강점은 빠른 제품 개발 속도와 높은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성비 좋은 화장품 이미지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본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미국 시장에서도 프랑스를 앞질렀지만,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화장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이유다.

국내 화장품 상장사들은 수출 성장성과 실적 개선에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만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시장은 단순 매출 규모만이 아니라 브랜드의 상징성과 가격 결정력까지 함께 평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K뷰티가 앞으로 넘어야 할 벽은 수출 규모 자체가 아닐 수 있다. 숫자는 이미 충분히 올라왔다. 이제 중요한 건 한국 화장품이 단순히 많이 팔리는 제품을 넘어 소비자들이 브랜드 자체를 동경하고, 선물하고 싶어하는 영역까지 올라설 수 있느냐다.

한국 화장품은 이미 세계인의 화장대에는 올라갔다. 이제 남은 건 세계인의 취향과 상징 속으로 들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브랜드의 힘까지 갖추게 된다면 K뷰티 상장사들의 기업가치와 주가 역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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