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분야 대형 리그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번 조 단위 펀드레이징(투자금 모집) 가능성을 열었다. 현재 8600억원 규모 성장투자조합을 운용 중인 데 이어 정책자금을 앵커(최대 출자자)까지 확보하면서 국내 대표 성장투자 하우스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생태계 전반 대형 분야 GP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를 최종 선정했다. 대형 분야는 운용사당 목표 결성액이 5000억원으로, 이번 출자 사업에서 가장 규모가 큰 트랙이다. 대형 리그에서 선정된 2개 운용사 가운데 벤처캐피털(VC)은 에이티넘이 유일하다. 사모펀드운용사(PE) 하우스와 나란히 대형 리그에 이름을 올리며 국내 성장투자 VC의 체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평가다.
대형 리그의 정책출자비율은 40% 이내다. 목표 결성액 500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운용사별 약 2000억원 수준의 정책자금을 확보하는 구조다. 최종 결성 규모를 목표액의 200%까지 키울 수 있어, 시장에서는 에이티넘이 최대 1조원 규모 펀드 조성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에이티넘은 이번 펀드를 무리하게 특정 규모까지 키우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측은 "올해 펀드를 얼마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은 없다"며 "대형 펀드를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투자를 확대하고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민성장펀드 심사에서는 우수한 투자 발굴과 엑시트(투자금 회수) 실적 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기업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역량도 중요하게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티넘은 단순 재무적 투자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 단계 기업의 사업 전략, 후속 투자, 네트워크 확장까지 지원해 온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티넘의 강점은 산업 이해도를 갖춘 투자 인력과 체계적인 밸류애드(Value-add) 조직이다. 올해 초 합류한 맹두진 신임 대표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원 출신의 공학박사로, 기술 중심의 전문성과 산업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투자 전문가로 꼽힌다. 투자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사업 전략을 함께 논의하는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핵심 심사역들도 실제 산업 현장 경험을 갖추고 있다. 바이오 부문을 맡고 있는 곽상훈 부사장은 LG생명과학,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등에서 사업개발 및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했다. 서비스·플랫폼 부문을 이끄는 김제욱 부사장은 삼성전자 SW연구소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기술전략 업무를 맡았다. 게임·콘텐츠 부문의 박상호 전무는 NHN 스마트폰게임사업팀, 액센츄어,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을 거치며 게임과 인터넷 서비스 투자 경험을 쌓았다.
포트폴리오 기업 지원을 전담하는 그로스파트너 본부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조직은 투자 기업의 재무 개선, 기업설명회(IR), 홍보(PR), 법률 자문, 네트워킹 행사 등을 지원한다. 투자 이후 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자금조달, 대외 커뮤니케이션, 법률 리스크, 사업 제휴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구조다. 국민성장펀드가 요구하는 밸류업 역량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에이티넘은 딥테크, 바이오, 서비스, 게임 등 성장 산업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딥테크 분야에서는 라이드플럭스, 홀리데이로보틱스, 보스반도체에 투자했고, 바이오 분야에서는 넥스아이, 지투지바이오 등에 자금을 투입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강남언니, 번개장터, 헤이딜러가 대표 포트폴리오로 꼽힌다. 게임·콘텐츠 영역에서는 먼데이오프, 로드컴플릿, 메타코미디 등이 있다.
에이티넘의 강점은 특정 섹터 하나에 갇히지 않는 성장기업 발굴 능력이다. 플랫폼, 게임, 바이오, 딥테크 등 산업별 성장 구간을 넓게 훑으면서 대형 회수 사례를 만들어왔다. 성장성이 큰 기업을 일찍 포착한 뒤 후속 성장 구간까지 동행하는 방식이 투자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4년 2030억원 규모로 결성된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이다. 해당 펀드는 최근 청산을 마무리하며 약정총액 대비 약 5배에 달하는 금액을 출자자들에게 배분했다. 출자자 배분액만 1조원을 웃돌았고, 펀드의 그로스 내부수익률(IRR)은 32.9%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플랫폼, 게임, 바이오 분야 주요 포트폴리오에서 고른 성과를 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등에서 회수 성과를 쌓았다. 단일 성공 사례에 기대기보다 여러 성장 산업에서 성과를 낸 점이 에이티넘이 대형 성장투자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체급을 갖췄음을 보여준다.
국민성장펀드 대형 리그는 이러한 에이티넘의 기존 투자 전략과도 맞물린다. 주목적 투자 대상은 혁신성장공동기준상 첨단전략산업을 영위하는 중소·중견기업과 일반 중소·중견기업이다. 첨단전략산업 중소·중견기업에는 결성액의 40%, 일반 중소·중견기업에는 2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선택 주목적 투자 분야도 열려 있다. 바이오·백신·콘텐츠, 디스플레이·이차전지·수소·핵심광물, 로봇·방산·미래형 이동수단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를 택하거나, 상장전 지분투자(프리 IPO) 단계 기업 및 시가총액 2000억원 이하 코스닥 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에이티넘이 강점을 보여온 스케일업 투자와 프리 IPO 투자 전략을 활용하기 좋은 구조다.
이번 펀드의 투자 방향은 AI 시대의 산업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업 발굴에 맞춰질 전망이다. 에이티넘은 향후 조성 예정인 신규 펀드도 글로벌 챔피언 기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이 내수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장기 자본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 대형 리그에서 VC로는 에이티넘이 유일하게 선정됐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며 "대형 펀드 운용 경험과 회수 실적뿐 아니라 산업 경험을 갖춘 심사역, 포트폴리오 밸류업 조직까지 갖춘 점이 성장투자 하우스로서 경쟁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