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D-1 평택을…보수결집·진보분산 다자구도 속 막판 혼전 [6ㆍ3 선거 풍향계]

입력 2026-05-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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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21일 0시를 기해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전국 곳곳은 후보들의 유세전과 공약 대결, 여야의 총력전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대구·충청까지 전국 민심의 향배를 가를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단순한 지방 권력 재편을 넘어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도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투데이는 선거운동 기간 주요 격전지 현장을 찾아 후보들의 유세 전략과 시민 반응, 지역별 핵심 이슈를 집중 점검한다.

김용남·유의동·조국 혼전
팽성·고덕 따라 갈린 표심
단일화 변수에 표심 요동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일 경기 평택 팽성시장 인근에서 유세차에 올라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정상원 기자 jsw@)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일 경기 평택 팽성시장 인근에서 유세차에 올라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정상원 기자 jsw@)

28일 낮 경기 평택 팽성시장. 시장 골목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 아래로 각 후보 이름과 기호가 적힌 현수막이 길게 늘어섰다. 유세차량의 대형 스피커에서는 후보 이름을 연호하는 노래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과 점심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 사이로 선거운동원들이 연신 허리를 숙이며 악수를 청했다.

“그래도 평택은 지역 사람을 뽑아야지.”

시장 입구 채소 가게 앞 평상에 앉아 있던 70대 상인은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 이름이 나오자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상인은 “그래도 여당이 힘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야기를 꺼냈다. 몇 분 후 팽성시장 인근 택시 승강장에서 만난 60대 개인택시 기사 입에서는 또 다른 이름이 나왔다. “인물만 놓고 보면 조국이지.”

평택 서부권 중심지인 팽성·안중 일대는 한때 도농 복합 지역인 서부 평택의 생활권 중심으로 꼽혔지만,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벨트와 함께 급성장한 고덕신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고덕만 계속 좋아진다”는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들렸다.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날, 평택을 민심은 좀처럼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여당론’과 ‘인물론’, ‘토박이론’이 뒤섞이며 선거 막판까지 혼전 양상이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이번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김 후보와 조 후보, 유 후보가 3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황교안 자유와혁신당 후보, 김재연 진보당 후보까지 가세하며 다자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지역 사람”…팽성시장선 유의동 강세 분위기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일 경기 평택 팽성시장에서 상인과 악수하고 있다. (정상원 기자 jsw@)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일 경기 평택 팽성시장에서 상인과 악수하고 있다. (정상원 기자 jsw@)

특히 이날부터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되면서 각 캠프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진 분위기였다. 정치권에서는 사전투표 직전까지 이어지는 단일화 가능성과 진영 내 표 결집 여부를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세 후보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찾은 팽성시장과 안중시장 일대에는 각 후보 이름과 기호가 적힌 현수막이 도로 곳곳에 걸려 있었다. 시장 골목마다 유세차 음악 소리가 울렸고, 선거운동원들은 상인들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상인들은 후보 이름을 연호하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지만, 무표정하게 지나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정오께 팽성시장에 도착한 김용남 후보는 시장 입구부터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시장 골목을 돌았다. 파란색 점퍼를 입은 선거운동원들이 “기호 1번 김용남”을 연호하자 일부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거나 손을 흔들었고, 몇몇 상인들은 가게 밖으로 나와 김 후보와 짧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 후보는 시장 안 분식집과 반찬가게 등을 돌며 “이재명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유세차를 힐끗 바라본 뒤 별다른 반응 없이 지나가거나, 조 후보와 유 후보 이야기를 꺼내며 후보 경쟁 구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고령층 비중이 높은 팽성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유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자주 감지됐다.

팽성시장에서 20년 넘게 반찬가게를 운영 중이라는 강모(68) 씨는 “그래도 평택 돌아가는 사정은 유 후보가 제일 잘 안다”며 “선거철만 되면 유명한 사람들 내려오는데 결국 지역은 지역 사람이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팽성이나 안중은 아직 손볼 게 많다. 이 지역 사람을 뽑아줘야 한다”고 했다.

시장 입구에서 농산물을 팔고 있던 정모(72) 씨도 “유의동이 3선을 했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주민들 얼굴 알고 동네 사정 아는 건 사실”이라며 “여당이 너무 세지면 견제도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물은 조국, 그래도 민주당”…갈라진 진보 표심

▲28일  평택 안중읍 한 버스정류장 인근에 6·3 재보궐선거 평택을 국회의원 후보 벽보가 게시돼 있다. (정상원 기자 jsw@)
▲28일 평택 안중읍 한 버스정류장 인근에 6·3 재보궐선거 평택을 국회의원 후보 벽보가 게시돼 있다. (정상원 기자 jsw@)

반면 일부 시민은 조 후보의 인지도와 존재감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팽성읍에서 개인택시를 운행 중이라는 이모(63) 씨는 “솔직히 인물만 보면 조국이 제일 눈에 들어온다”며 “말도 잘하고 큰 정치 할 사람 같은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래도 결국 민주당 후보를 찍게 될 것 같다”며 “정권이 이제 막 시작했는데 여당이 힘을 받아야 평택 사업도 속도가 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유의동이 이 지역에서 오래 국회의원 했는데 막상 서부 평택은 크게 달라진 걸 잘 모르겠다”며 “고덕은 계속 커지는데 팽성이나 안중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조 후보를 향한 관심은 적지 않았다.

안중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최모(66) 씨는 “주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요즘 조국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인물만 놓고 보면 조국이 낫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표가 갈리면 결국 국민의힘만 좋은 것 아니냐는 걱정도 같이 나온다”고 했다.

“정쟁보다 교통·병원”…젊은층은 생활밀착형 공약 관심

▲28일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 6·3 재보궐선거 평택을 국회의원 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상원 기자 jsw@)
▲28일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 6·3 재보궐선거 평택을 국회의원 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상원 기자 jsw@)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고덕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생활 밀착형 공약에 관심이 크다는 반응도 나왔다.

고덕신도시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윤모(37) 씨는 “정치권은 맨날 큰 이야기만 하는데 정작 주민들은 병원, 교통, 교육 같은 생활 문제에 더 민감하다”며 “누가 진짜 평택에서 오래 살 생각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인지 보게 된다”고 말했다.

평택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박모(32) 씨는 “후보들이 평택 오면 다들 삼성 이야기부터 꺼내는데 정작 여기서 생활하는 사람들 이야기는 잘 안 하는 것 같다”며 “누가 되든 보여주기식 말보다 교통이나 주거 같은 현실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덕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모(29) 씨는 “현수막은 많이 봤는데 아직도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또래들 사이에서는 정치 이야기보다 ‘누가 지역에 진짜 관심이 있느냐’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고 했다.

평택은 전통적으로 팽성·안중 등 서부권에서는 보수 성향이 강하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함께 성장한 고덕신도시에서는 젊은층과 외지 유입 인구 비중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선거에서도 세대와 지역, 정치 성향에 따라 표심이 뚜렷하게 갈리는 분위기였다.

유 후보와 황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일부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평택 토박이'라는 오모(58) 씨는 “누가 단일화하든 결국 선거 끝나면 또 조용해질 것 아니냐”며 “이번에는 진짜 평택에 남아서 일할 사람을 뽑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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