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터미널(호남선) 매표소 근처에서 형광 조끼를 입은 임병수 씨가 무인발권기(키오스크) 앞에서 고민 중인 외국인 관광객에게 다가가 능숙하게 발권을 도왔다. 올해 일흔두 살인 임 씨는 은퇴 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다가 서울시 디지털 동행파트너 봉사 활동 초기부터 참여했다. 임 씨는 디지털 동행파트너 봉사 참여를 위해 자신의 다른 일자리 근무 시간까지 조정하면서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날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또 다른 자원봉사자 역시 쉬는 날을 활용해 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는 "70대 이상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40~50대도 결제 단계에서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줄이 길어지면 먼저 다가가 안내해 드리고 있는데 하반기에 기차역으로 확대되면 그곳에서도 활동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한목소리로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 대학생 봉사자는 "처음엔 시간 이수 목적이었지만 막상 해보니 결제를 어려워하는 어르신과 외국인 관광객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며 "항상 현장에 도움이 필요한 수요가 있는 만큼 장기적인 정식 사업으로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인화 흐름 속에서 소외된 이들을 돕는 서울시 ‘디지털 동행파트너’가 현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4월 13일 첫발을 뗀 이 시범사업은 한 달여 만에 디지털 약자들의 든든한 '이동권 지킴이'로 자리 잡고 있었다.

디지털 동행파트너는 서울 4대 버스터미널(고속·센트럴·동서울·남부)에서 무인발권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과 관광객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이 착용한 조끼 등 부분에는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봉사자들은 기계 앞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예매부터 결제, 승차 홈 안내까지 돕는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각각 3시간 남짓 봉사 활동을 이어간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보수로 활동하고, 계속 서 있어야 해 쉽지 않은 활동이지만 사업 시작 직후부터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봉사자들이 여러 명이라 저희도 놀랐다"고 말했다.
성과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범 운영을 시작한 4월 13일부터 5월 17일까지 23일(평일 기준) 동안 4대 버스터미널에서 총 334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1만 4783건의 안내 실적을 올렸다. 터미널별 안내 건수는 고속터미널이 5655건(참여 봉사자 87명)으로 가장 많았고, 센트럴터미널 4200건(100명), 동서울터미널 3160건(79명), 남부터미널 1768건(68명)이 뒤를 이었다. 봉사자 1인당 평균 44건을 처리했으며 하루 평균 약 640여 명의 시민이 도움을 받았다. 총 활동 시간(1001.5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4분마다 시민 한 명에게 밀착 도움을 제공한 셈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 사업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직접 고용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민의 자발적인 봉사만으로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며 '약자 동행'의 가치를 실현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별도의 예산을 들여 직원을 파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이번 사업은 온전히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끌어가는 고효율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어르신은 물론 예상보다 안내 수요가 많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민원까지 현장 봉사자들이 소화해내며 터미널 측의 업무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준비 중이다. 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확인된 높은 수요와 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7월까지의 시범운영이 끝나는 하반기부터는 서울역과 용산역 등 인파가 몰리는 주요 기차역으로 정식 사업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