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유병규 칼럼] AI시대 ‘선도산업 국가비전’ 수립할 때다

입력 2026-05-26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경쟁국, 시장 쟁탈전 갈수록 치열
반도체 발판으로 성장동력 다지고
미래산업 강화할 생태계 조성해야

예상치 못한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기를 맞아 한국 경제가 환희와 함께 불안감에 빠져들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와 생산 및 투자 확대로 주가지수가 급등하고 경제성장률은 높아질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의 사상 최대 호황에 의한 빠른 경기 호전이 기쁘기 짝이 없지만 이것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이를 통해 나라 경제가 전반적으로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지라는 관점에서는 기쁨과 함께 걱정도 생겨난다. 느닷없는 큰 행운을 얻었을 때처럼 자칫하면 이를 금세 잃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다.

우선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세계적 특수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지금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나, 반도체 산업의 세계 기술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경쟁우위 역사를 보아도 최고 강자 자리는 계속 변해 왔다. 한때 미국과 일본이 최고였고 다음이 대만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한국이 현재 최고 강자 자리에 앉아 있다. 하지만 전통의 반도체 강국들에다 중국까지 더해져 경쟁국들의 세계 시장 쟁탈전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기술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어 언제 신기술로 인한 경쟁우위가 한순간에 달라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불과 수개월 전인 작년 말만 해도 삼성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이 늦어져 경쟁사에 1등 자리를 뺏기고 세계 시장에서 도태할 것이라는 깊은 우려가 고조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사회 전반으로 AI가 확산되고 양자 컴퓨팅 기술 등이 상용화되면 앞으로 필요로 하는 반도체 제품과 사업모델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띨 것이 분명하다. 현재 국내 반도체 특수로 증권 시장에서는 반도체 주식을 경기 흐름을 타는 경기 순환주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적 상승주로 평가하는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영원히 초과 수익을 내는 산업과 기업은 여태껏 없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계 최고 최대 제조기업 GE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지배했던 노키아도 성공 신화에 도취해 신기술 흐름에 뒤떨어지자 한순간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 다른 의구심은 반도체 경기 호황에 가려 있는 다른 국내 산업들의 형편도 좋아지고 있나라는 점이다. 아쉽게도 철강, 석유화학, 섬유, 기계 등 비반도체 산업들은 여전히 경쟁력 약화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성장세가 둔화되거나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과의 급속한 경쟁 구도 변화다. 과거에는 한국이 중간재·부품 분야에서 절대우위를 유지했으나, 현재는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조선 기자재, 일반 기계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수준과 생산 능력 모두 한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거나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추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산업이 부실한 가운데 반도체 산업만이라도 호황을 누리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경제가 반도체 산업 특수에만 의존해 성장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은 없을까 하는 염려도 불현듯 생겨난다. 특정 산업에 의존한 경제 성장은 경제 양극화와 고용 불안 심화를 초래하고 만다. 더욱이 최근에는 수출과 투자의 내수 진작 효과가 예전만큼 크지 않아 반도체 특수에도 불구하고 내수 서민 경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반도체 중심 고임금 구조는 전체 산업의 임금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다른 산업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진다.

결국 지금은 반도체 호황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 한국 경제가 다시 성장의 활력을 회복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절호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할 때다. 다행히 한국 산업은 제조업 강국의 유산을 아직은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AI 시대에 필수인 반도체와 전력 에너지 분야 강국이고 자동차·조선·방산 등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K컬쳐·K푸드·K-화장품과 같은 소비재가 세계로 진출하고 있고, 한국의 위상과 매력이 높아져 외국인들이 국내에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한국은 이제 반도체 특수라는 천운을 발판으로 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국내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세계 최고 산업 국가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반도체 사업 수익을 미래 산업 발전에 여하히 재투자할지를 심사숙고해야 하며,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형평성을 갖춘 산업 구조와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83% "최우선 과제는 생산적 금융"⋯ 中企·지역산업에 돈길 낸다 [은행장 하반기 경영전략]
  • 정용진 회장, 오늘 직접 ‘대국민 사과’...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진화될까
  • 마케팅 실수 한번에 ‘치명타’...소비자 감수성, 기업 뿌리부터 흔든다[기업 감수성 전쟁]
  • [주간수급리포트] 14.4조 던진 외국인…최고가 랠리서 삼전·하이닉스 먼저 팔았다
  • 치솟는 세종 전셋값…입주 물량 ‘가뭄’에 실수요자 부담 커진다
  • 정부, 非아파트 확대 계획⋯전문가들 "민간 규제 풀어야 진짜 해법"
  • 스페이스X 6월 상장 임박 소식에⋯국내외 우주 관련주 "뜨겁네"
  • “노량진도 30억 시대?”⋯‘재평가 vs 과열’ 엇갈린 시선
  • 오늘의 상승종목

  • 05.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4,846,000
    • -0.07%
    • 이더리움
    • 3,137,000
    • +0.22%
    • 비트코인 캐시
    • 520,000
    • +0.19%
    • 리플
    • 2,010
    • -0.35%
    • 솔라나
    • 126,400
    • -0.71%
    • 에이다
    • 362
    • +0.28%
    • 트론
    • 554
    • +1.47%
    • 스텔라루멘
    • 223
    • +1.36%
    • 비트코인에스브이
    • 21,590
    • -1.42%
    • 체인링크
    • 14,120
    • +0.5%
    • 샌드박스
    • 107
    • +1.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