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사 합의에 드러난 상법 개정안 파장…주주 소송 변수로 [新 노사 리스크]

입력 2026-05-2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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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문제 넘어 ‘주주 소송’ 변수로
주주충실 의무 강화에 “올 것 왔다”
매 경영 판단마다 주주 소송 리스크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두고 소액주주단체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개정 상법 시행 이후 확대된 ‘주주 충실 의무’ 논란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노사 간 문제로 여겨졌던 성과급 협상이 이제는 ‘주주이익 침해’ 논란으로까지 확대되며 개정 상법 시행 이후 달라진 경영 환경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소액주주단체인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최근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잠정 합의와 관련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주주단체가 문제 삼는 부분은 상법 제462조다. 해당 조항은 회사가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의 한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주주단체 측은 회사 이익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성과급 지급은 단순 노사 합의 사안이 아니라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는 “회사가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고 노사 합의안을 의결한다면 주주대표소송과 단체협약 효력정지 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주주들의 압박은 개정 상법 시행 이후 강화된 ‘주주 중심 경영’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법 개정으로 주주 권한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거에는 문제 삼지 않던 노사 합의나 성과급 결정까지도 이제는 주주들이 직접 견제하고 소송 카드까지 꺼내드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성과급 지급은 주주총회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지급 규모가 커질 경우 주주 가치 훼손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노사 협약에 적힌 성과급 규정은 상법상 노사 합의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주주총회 의결 절차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노사 협약에 적힌 성과급 규정은 상법상 노사 합의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주주총회 의결 절차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지난해 시행된 상법 개정안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법 초기부터 재계에서는 주주들의 경영 개입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경영 판단이나 투자, 보상 체계까지 주주들이 문제 삼기 시작할 경우 기업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행 상법 개정안 취지대로라면 주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주장에도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며 “이익 배당은 기본적으로 주주가 우선적으로 가져가는 구조인데 현재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경영 성과인 영업이익에서 성과급을 먼저 배분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법인세 부담이나 주주 배당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주를 우선시하는 상법 개정 방향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기업 경영 판단과 노사 협상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노사 간 합의로 마무리되던 사안이 앞으로는 ‘주주 이익 침해’ 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성과급이나 투자·보상 결정 과정에서 주주단체들의 견제와 소송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기업들의 의사결정 부담도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기업의 노무 담당 임원은 “이번 잠정합의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자동화와 산업 구조 변화, 기술 전환이 본격화될수록 주주들의 개입과 요구는 훨씬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 입장에서는 경영권 행사와 주주 충실 의무 사이에서 상당한 부담과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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