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쓴 소설에 노벨상 줬나...문학계 'AI 대필' 논란 확산

입력 2026-05-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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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제118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뉴시스)
▲2018년 제118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뉴시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가 글쓰기와 관련한 조사 과정에서 유료 인공지능(AI) 챗봇을 활용한다고 밝히면서 생성형 AI와 창작 윤리를 둘러싼 논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폴란드 매체 TVP에 따르면 토카르추크는 최근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임팩트 26’ 콘퍼런스에 참석해 유료 AI 챗봇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보도된 뒤 온라인상에서는 AI가 창작 과정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를 둘러싼 의문과 비판이 나왔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은 “AI 발전의 끝에는 AI와 함께 집필한 노벨상 수상자가 등장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AI 활용 발언 뒤 제기된 창작 개입 논란

▲올가 토카르추크. (로이터/연합뉴스)
▲올가 토카르추크. (로이터/연합뉴스)

토카르추크는 ‘임팩트 26’ 콘퍼런스에서 “놀랍도록 시야를 넓히고 사고를 깊게 만드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종종 기계에 분석할 아이디어를 주고 ‘자기야, 이걸 어떻게 아름답게 다듬어볼까’라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적 허구 작업에서 이 기술은 믿기 어려울 만큼 큰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발언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이제는 최고의 프롬프트 부문 노벨상을 신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반응과 함께 대필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토카르추크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올가을 출간 예정인 신작을 포함해 모든 글은 AI 도움 없이 썼다”며 “예비 조사 작업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이는 전 세계 대부분 사람들이 AI를 활용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AI가 제공한 정보는 추가 검증을 거치며, 오랫동안 도서관과 기록보관소를 뒤져온 작업 방식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문학계로 번지는 생성형 AI 논쟁

(출처=교보문고, 'GRANTA' 홈페이지 캡처)
(출처=교보문고, 'GRANTA' 홈페이지 캡처)

문학계에서 생성형 AI 활용을 둘러싼 논쟁은 문학상과 출판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월 일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 리에 쿠단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저서 ‘도쿄도 동정탑’의 전체 분량 중 약 5%에 챗GPT가 생성한 문장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최근 영미 문학계에서도 AI 활용 여부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7800개 작품이 출품된 ‘커먼웰스 단편소설 상’에서 지역 수상작으로 선정된 자미르 나지르의 단편 ‘보호구역의 뱀(The Serpent in the Grove)’을 두고 AI 대필 의혹이 나왔다.

일부 독자들은 해당 작품에서 과도한 은유와 ‘A가 아니라 B다(not X, but Y)’ 식의 문장 구조가 반복된다는 점을 AI 생성 의심 근거로 제시했다. 와튼스쿨의 에단 몰릭 교수를 비롯한 일부 이용자들이 AI 탐지 프로그램 ‘판그램’에 이 소설을 입력한 결과 “100% AI가 생성한 텍스트”라는 판정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AI 탐지 결과만으로 창작 주체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작품을 게재한 영국 문학 잡지 ‘그란타(Granta)’의 발행인 시그리드 라우싱은 AI 모델 클로드로 자체 검사한 결과 “인간의 도움 없이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출판 시장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발생했다. 3월에는 공포 소설 ‘샤이 걸(Shy Girl)’의 작가 미아 발라드가 AI를 과도하게 활용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대형 출판사 하셰트(Hachette)가 미국 출간을 중단하고 영국 판매분을 회수했다. 반면 로맨스 소설가 코랄 하트처럼 AI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200권이 넘는 책을 자가 출판하며 기술 활용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사례도 있다.

AI 활용 기준 마련 나선 출판·언론계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 (사진제공=한국저작권위원회)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 (사진제공=한국저작권위원회)

AI 활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창작·출판 과정에서의 AI 개입 범위와 고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AI 탐지 기술의 정확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니콜라스 앤드류스 인공지능 수석 연구원은 “AI 탐지기는 특히 독창적인 구조와 이례적인 문체를 사용하는 문학 창작 분야에서 오류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밍엄 대학교의 잭 그리에브 교수 역시 “언어적 변수나 장르적 특성, 사용된 프롬프트의 맥락을 통제하지 않은 채 탐지기 수치만으로 작품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출판업계도 생성형 AI 사용 기준을 마련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381개 회원사가 소속된 일본서적출판협회는 올해 3월 ‘생성형 AI 대응 검토회’를 만들고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작가가 집필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경우 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 저작권 보호와 AI 활용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언론계에서도 AI 활용 기준을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AP통신은 내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AI 도구로 생성된 콘텐츠를 추가 팩트체크가 필요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규정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AI와 저널리즘 파리 헌장’을 채택해 미디어 매체가 AI 도구를 사용할 경우 그 개입 여부를 독자에게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와 ‘AI 활용 저작물 등록 안내서’를 발간해 AI 활용 저작물의 등록 기준을 제시했다. 다만 해당 안내서는 주로 법적 저작권 등록 가능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출판물이나 공모전에서 독자와 심사위원에게 AI 사용 여부와 활용 범위를 어떻게 고지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마련 중인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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