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가상자산] 회사 금고에 코인 가득…‘DAT 기업’ 뭐길래

입력 2026-05-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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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igital Asset Treasury, DAT) 기업. (제미나이)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igital Asset Treasury, DAT) 기업. (제미나이)

기업 금고에는 보통 현금, 예금, 단기 금융상품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 금고 안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채우는 기업들이 있다. 회사 재무 전략 자체를 디지털 자산 중심으로 짜고, 필요하면 주식이나 전환사채까지 발행해 코인을 더 사들인다. 이런 기업을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igital Asset Treasury, DAT) 기업이라고 부른다.

23일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에 따르면 DAT 기업들은 현금성 자산이나 유보금 일부를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디지털 자산으로 바꾸고, 가격 상승기에 더 많은 자금을 끌어와 보유량을 늘린다.

핵심은 ‘보유’가 아니라 ‘증식’이다. 일반 기업이 비트코인을 일부 사서 장부에 올려두는 것과 다르다. DAT 기업은 보유 자산 가치가 오르면 높아진 주가를 활용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고, 그 돈으로 더 많은 디지털 자산을 매입한다. 상승장에서는 이 구조가 일종의 ‘매수 기계’처럼 작동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회사 주가도 함께 오른다. 주가가 오르면 회사는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으로 돈을 조달하고, 그 돈으로 비트코인을 더 산다. 다시 보유자산이 늘어나면 시장은 이를 또 주가에 반영한다. 디지털 자산 가격 상승기에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DAT 기업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새로운 자금 통로로 불린다. 직접 비트코인을 사기 어려운 기관투자자들은 규제 요건을 갖춘 상장 DAT 기업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간접 노출을 만들 수 있다. 연기금이나 대형 펀드가 코인 지갑을 직접 열기는 부담스럽지만, 상장사 주식을 사는 것은 상대적으로 익숙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DAT 기업으로는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보유 전략을 펴는 미국 스트래티지와 일본 메타플래닛이 거론된다. 이더리움 쪽에서는 비트마인과 샤프링크가 언급되고 있다. 초기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시가총액이 큰 디지털 자산을 쌓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여러 디지털 자산을 섞어 운용하거나,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화 상품까지 활용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상승장에서만 아름답다는 점이다. 디지털 자산 가격이 꺾이면 보유자산가치가 줄고, 주가 프리미엄도 사라진다. 주가가 순자산가치보다 낮아지면 더 이상 주식을 찍어 코인을 사는 구조가 작동하기 어렵다. 보유자산가치가 줄면 주가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추가 자금 조달은 어려워진다. 여기에 전환사채 만기, 주가 하락, 회계상 손상차손 등이 겹치면 오히려 매도 압력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DAT 기업을 볼 때는 회사 시가총액과 보유 디지털 자산 시가를 함께 봐야 한다.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가치보다 높게 거래되면 시장이 이 회사를 단순한 코인 보관함이 아니라 자산을 계속 늘릴 수 있는 플랫폼으로 평가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가치보다 낮아지면 위험 신호일 수 있다.

평균 매수단가도 중요하다. 대형 DAT 기업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어느 가격대에서 많이 샀는지는 심리적 지지선이 될 수 있다. 해당 가격 아래로 내려가면 기업의 장부상 손실 우려가 커지고, 위로 올라가면 다시 자금조달 여력이 살아날 수 있다. DAT 기업 매수단가는 단순한 회계 숫자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하는 가격대가 된다.

결국 DAT 기업은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얼굴이다. 개인, 거래소, 채굴기업, ETF에 이어 상장기업 재무전략까지 디지털 자산 시장에 들어온 셈이다. 다만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는 "DAT 기업은 코인을 보유한 회사이지, 코인 그 자체는 아니다"라며 "주가에는 보유 자산가치뿐 아니라 자금조달 능력, 희석 위험, 부채 구조까지 함께 반영된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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