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대만도 항공권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요. 이달 유류할증료가 확 오르니 작년보다 확실히 더 비싸더라고요.”
직장인 정민철(35) 씨는 최근 아내와 신혼여행 이후 첫 해외여행을 계획했다가 목적지를 바꿨다. 그의 선택은 전남 해남의 한 캠핑장이었다. 숙박 할인과 지역 체험 행사를 활용하니 예상한 해외여행 비용의 절반 값으로 일정 구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평소 여행 계획을 세우면 자연스럽게 해외부터 떠올리는데 막상 찾아보니 국내에도 좋은 여행지가 정말 많았다”며 “캠핑장 분위기도 좋았고 마침 해남공룡대축제 기간이라 만족도가 높았다”고 여행을 회상했다. 그는 이어 “차로 이동하니 교통비 부담도 적었고, 일정도 여유롭게 짤 수 있어 오히려 더 편하게 쉬다 온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고유가·고환율·고유류할증료 시대가 되면서 국내여행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때를 놓칠세라, 지방자치단체와 관광업계는 숙박 할인과 여행경비 환급, 체험형 패키지를 앞세워 체류형 관광객 확보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라남도는 영광·영암·강진·해남·고흥·완도 등 6곳에서 ‘지역사랑 휴가지원사업’을 시행한다. 인구 감소 지역을 찾는 관광객에게 여행경비의 50%를 모바일 지역화폐 등으로 돌려주는 사업이다. 지원 규모는 1인 최대 10만원, 2인 이상은 최대 20만원이다. 숙박과 식사, 체험 비용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어 체감 할인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전라남도는 하반기에도 숙박할인페스타와 ‘전남 섬 반값여행’ 등을 추가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 관광업계에선 최근 여행객들이 짧게 여러 지역을 이동하기보다 한 지역에서 숙박하며 여유 있게 머무는 방식을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본다.
경남 합천군관광협의회는 ‘2026 합천 1박2일 생파 여행’을 운영한다. 해당 월 생일자가 포함된 4~8인 단체가 대상이다. 글램핑·한옥·풀빌라 숙박 상품을 정상가 대비 50% 이상 할인한다. 경비행기 체험과 합천영상테마파크 의상 체험, 황매산군립공원 산책 등 지역 체험 콘텐츠도 포함돼 입소문이 나고 있다. 합천군 사례는 지방 관광 전략 변화도 보여준다. 관광객 체류시간과 지역소비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합천군 관광객은 약 690만명에 달했다. 관광객을 지역 안에 오래 머무르게 하고 숙박·식음료 소비로 연결하는 흐름이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도 체류형 관광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해양수산부는 5월 한 달간 해양관광 캠페인을 진행한다. 연안 지역 숙박 최대 3만원, 연박 최대 5만원 할인 혜택이 있다. 군산 섬 트레킹과 울진 바닷가 음악회, 셰프와 함께하는 1박2일 미식여행 등 32개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철도 기반 여행상품도 늘었다. 관광공사는 코레일관광개발,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함께 K리그 경기 관람 연계 여행상품을 운영 중이다. 대전하나시티즌 홈경기 일정에 맞춰 ITX 열차 일부를 원정 팬 전용으로 꾸미고 지역상권 방문 일정까지 포함했다. 할인 적용 시 1인당 8만원 수준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앞서 관광공사는 ‘강소형 잠재관광지’ 9곳도 선정했다. 구체적으로 △강경근대역사거리(충남 논산) △거창산림레포츠파크(경남 거창) △만휴정(경북 안동) △해양생태과학관(경기 시흥) △실레마을(강원 춘천) △온달관광지(충북 단양) △왕궁보석테마관광지 다이노키즈월드(전북 익산) △제주별빛누리공원(제주) 등이다. 전남 해남 산이정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장 지원 대상이 됐다.

강원권 리조트도 가족 단위 유치에 의욕적이다. 모나용평은 1박에 9만9000원부터 이용할 수 있는 가족 패키지를 내놨다. 객실과 조식, 워터파크 이용권, 부대시설 할인권 등이 포함됐다. 2박 상품은 17만9000원부터로, 1박 상품에 케이블카 이용권까지 더했다.
이슬기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달라진 여행 패턴에 대해 “여행객들은 통상 전체 여행 예산을 먼저 정한 뒤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 등에 나눠 지출한다”며 “항공권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면 현지 체류 비용이 줄어드니 장거리 여행 대신 가까운 해외 여행지나 국내 여행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한된 예산 안에서 만족도를 높이려는 소비자들의 선택과 항공사들의 운영 효율화 전략이 맞물리면서 단거리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을 택하고, 절감한 항공료를 숙박이나 식음 소비에 더 투자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