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초과 세수 판박이 우려…과거 평균값 얽매인 재경부 공식 한계
법인세 등 세수 확대 전망…"체감 경기 반영한 세입·세출 패러다임 시급"

‘반도체 호황이 확장재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취지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페이스북 글은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몰고 온 경제지형 변화를 기존의 국내총생산(GDP) 통계 체계가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의 착시’ 논란을 다시 소환한다. 특히 재정경제부(옛 기획재정부)의 낡고 보수적인 세수 추계 모델을 신속히 개선하지 않을 경우 2021~2022년 시장 상황을 제때 세입·세출 예산에 반영하지 못해 발생했던 수십조원대 '초과 세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가 7300선을 돌파하고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안착하는 등 AI발 반도체 호황에 힙입은 성장으로 예상을 웃도는 세수 확대가 전망된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처럼 품질 개선 속도가 가격 변화를 압도하는 산업에서는 기존 통계 체계가 현실 변화를 너무 느리게 반영한다"며 "진짜 중요한 대목은 재정이다.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2026∼2027년의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성능 개선과 기술 혁신 속도가 가격 변화를 압도하는 첨단 산업의 경우 기존 실질 GDP 체계만으로는 실제 부가가치 증가 폭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실질 GDP는 물가 변동을 제거한 생산 물량 중심으로 산출되는데 AI 반도체처럼 동일한 제품군 안에서도 성능·수익성이 급격히 뛰는 산업에서는 기업 이익과 시가총액, 세수는 폭증해도 통계상 성장률에는 제한적으로 반영되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러한 지표의 왜곡이 국가 살림살이인 재경부의 세입·세출 예산 편성의 치명적 오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통상 재경부는 내년도 세수(세입)를 추계할 때 경상성장률(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에 과거의 평균적인 ‘조세탄력성(경제성장 대비 국세수입 증가 비율)’을 곱하는 방식을 쓴다. 산업 호황기든 불황기든 과거의 '평균값'과 '후행 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극도로 보수적인 모델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는 2021~2022년 발생한 대규모 초과 세수 사태에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코로나19 유동성 장세와 반도체·수출 호황으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등 자산시장 관련 세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재경부는 보수적인 잣대로 세입을 과소 추계해 수십조원의 세수 오차를 냈다. 결과적으로 넘쳐나는 세수를 제때 예산에 반영하지 못해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투입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실책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AI 반도체 초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기업 법인세와 고소득 종사자의 소득세 등 각종 세수가 급증하며 ‘역대급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행 재경부의 산식은 AI 반도체처럼 부가가치가 극대화된 산업이 주도하는 ‘이익의 수직 상승’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만큼 실제 국고로 들어올 세수는 정부의 보수적인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추계의 함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 재정' 기조를 뒷받침한다. 최근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이 건전한 상황에서 낡은 지표에 매몰된 긴축에 매달리기보다 풍부한 세입 기반을 바탕으로 한 선제적 투자가 잠재성장률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러차례 개진한 바 있다.
국가 재정 운용의 기준을 기존 GDP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기업 영업이익과 수출 등 실시간 산업 지표까지 반영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AI 산업이라는 100년 만의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정부 역시 기계적인 긴축과 보수적 추계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확보된 풍부한 세수 기반을 미래 먹거리에 적기 투자하는 유연한 재정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