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고 비싼데 누가 버티나”⋯불 꺼진 가로수길 [르포] [뜨는 거리, 꺼진 거리 ②]

입력 2026-06-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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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 43.9% 서울 주요 상권 중 최고
핵심 브랜드 성수 이동…장기 침체 늪

“가로수길은 워낙 임대료가 비싸 이를 감당할 만한 대기업 브랜드가 들어와야 하는데 지금은 다 성수로 떠났죠.”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입구 초입 상가가 전층 임대 매물로 나와있다. (조유정 기자 youjung@)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입구 초입 상가가 전층 임대 매물로 나와있다. (조유정 기자 youjung@)

5월 하순 평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지하철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중심 거리 한복판에서 공실 상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로수길 초입이자 역세권 입지임에도 한 건물 내 좌우 점포가 모두 비어 있었고 바로 옆 건물 역시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채 공실 상태였다. 일부 점포는 내부 집기조차 모두 빠져 오랜 기간 비어 있었던 듯한 모습이었다.

가로수길 안쪽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중심 거리보다 유동인구는 눈에 띄게 줄었고 간간이 지나가는 차량 소리만 적막을 채웠다. 과거 대형 커피 브랜드와 패션 매장으로 붐비던 거리의 활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200m 남짓 거리를 걷는 동안 눈에 띈 공실 건물만 5곳에 달했다. 1층만 비어 있는 곳은 오히려 드문 편이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건물 전체가 통임대로 나온 곳도 쉽게 보였다. 한 블록만 건너도 ‘임대 문의’ 현수막이 연이어 붙어 있었고 일부 건물은 폐건물처럼 방치된 흔적도 엿보였다. 골목길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서로 마주 보는 건물 양쪽 모두 공실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로수길의 침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로수길 공실률은 43.9%로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 가장 높았다. 명동(4.9%), 홍대(10.4%), 한남·이태원(11.2%), 성수(3.4%) 등 다른 상권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높은 공실률이 고착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신사역 인근 공인중개사 A 씨는 “코로나19 이후 가로수길 상권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없다”며 “그나마 인근 세로수길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아 상권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가로수길은 임대료 부담이 여전히 큰 데다 건물 수익률도 낮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입구 초입 상가가 임대 매물로 나와있다. (조유정 기자 youjung@)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입구 초입 상가가 임대 매물로 나와있다. (조유정 기자 youjung@)

가로수길의 높은 공실 원인으로는 과도한 임대료가 꼽힌다. 가로수길 인근 한 공인중개사 B 씨는 “가로수길 공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높은 임대료”라며 “1층 기준 3.3㎡당 임대료가 30만~35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근 중개업소 게시판에는 1층 전용면적 40㎡ 상가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50만원으로 나와 있었다. 또 다른 1층 전용 25㎡ 상가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00만원, 관리비 별도 조건으로 임차인을 구하고 있었다.

공인중개사 A 씨는 “강남 상권은 이미 땅값이 크게 올라 임대 수익률이 높지 않은 구조”라며 “가로수길 건물주들도 자산 가치 하락 우려 때문에 쉽게 임대료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상권이 다시 살아나려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 브랜드들이 돌아와야 하는데 지금은 핵심 브랜드들이 모두 성수 등 다른 상권으로 이동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과거 가로수길만의 개성과 감성을 만들던 매장들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대부분 밀려났고 지금은 다른 상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위주로 바뀌면서 차별성이 약해졌다”며 “결국 상권은 침체되고 공실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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