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요, 팬데믹 이어 역대 두 번째 감소에도
전쟁에 공급 차질이 수요 감소 압도
여름 휴가철 앞두고 ‘전환점’ 임박
골드만 “정제유 재고 45일분 밖에 없어”

글로벌 원유 수요가 지난달 급감했는데도 재고가 사상 최대 폭으로 감소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났다. 통상 경기둔화나 고유가로 수요가 줄면 재고가 쌓이지만, 이번에는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이 수요 감소 속도를 훨씬 웃돌면서 오히려 전 세계 비축량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여름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이동 연료 수요까지 늘어날 전망이어서 시장에서는 전례 없는 ‘에너지 가격 폭등’ 가능성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에너지는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지난달 약 2억 배럴(하루 약 660만 배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같은 기간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유 수요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큰 감소 폭인 하루 약 500만 배럴을 기록했음에도 재고가 급감해 시장의 불안을 자아냈다.
S&P의 짐 버크하드 원유 리서치 책임자는 “이는 엄청난 규모로 통상적인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다”며 “보통 한 달 동안 글로벌 원유 재고 변동은 하루 수십만 배럴에서 100만 배럴 수준”이라고 말했다.
버크하드 책임자는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지금까지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총 10억 배럴의 원유가 사라졌다”면서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긴 하지만 공급 손실 규모가 수요 감소 폭을 압도하고 있다. 원유 가격은 여전히 더 오를 일만 남았다”고 내다봤다. 이어 “전 세계 총 석유 비축량이 약 40억 배럴에 달하지만, 그중 상당 부분은 정유소 가동 유지나 파이프라인 압력 유지 등 일상적인 운영에 묶여 있어 즉시 인출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여름 휴가철 미국 재고가 급감하기 시작하면 시장 전반의 공포가 본격화될 수 있다”면서 “진짜 위기의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글로벌 재고가 임계점 수준 아래로 줄어들면 유가가 훨씬 더 급등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환점’이 몇 주 안에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글로벌 석유 재고는 8년 내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휘발유ㆍ디젤ㆍ항공유 등 정제유 제품 재고가 45일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이어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면서 “일부 지역과 제품에서 나타나는 재고 고갈 속도와 공급 손실 규모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에너지 가격정보업체 아거스는 “북유럽의 항공유 재고는 지난달 6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면서 “미국에서는 최대 운전 시즌인 여름철에 휘발유 재고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5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운전자들은 아직 소비를 크게 줄이지 않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이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11분의 1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8월 말까지 미국의 재고가 약 일주일 치 수요량에 해당하는 2억 배럴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