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도박사이트도 줄줄이 감형…‘3300만원 뇌물’ 현직 부장판사 재판행

입력 2026-05-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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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합뉴스)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합뉴스)

고교 동문 변호사가 수임한 항소심 사건을 변호사 측에 유리하게 선고해 주는 대가로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현직 부장판사가 불구속 기소됐다. 뇌물을 공여한 변호사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2부(김수환 부장검사)는 6일 A 부장판사와 그의 고교 동문 변호사 B 씨를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A 부장판사는 자신이 재판장으로 있는 항소심에서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의 형량을 감경해주는 대가로 약 33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전주지법 형사 항소심 재판장으로 재직했던 A 부장판사는 B 씨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이 수임한 항소심 사건 21건 중 17건(약 80%)에 대해 1심과 달리 법무법인 측에 유리하게 형량을 감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 부장판사가 B 씨로부터 상가를 무상으로 제공받기 시작한 2024년 3월 이후 선고된 6건은 모두 원심이 파기됐다. 감형된 사건에는 음주운전과 마약,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 보이스피싱 등 민생과 직결된 범죄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과거 음주운전 전과가 있고 별건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 재차 음주운전을 한 피고인의 경우 1심의 징역 5월 실형이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됐고, 약 2000억원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피고인은 양형 사실관계 변경이 없었음에도 1심의 징역 3년 실형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바뀌었다.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시스)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시스)

A 부장판사는 재판상 편의 제공의 대가로 △배우자의 바이올린 교습 등을 위해 B 씨가 법인 명의로 소유한 상가를 약 1년간 무상 제공받아 차임 상당 14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고 △교습을 위한 방음시설 등 공사비 1500만원을 B 씨로부터 대납받았으며 △현금 300만원이 든 견과류 선물 상자를 건네받는 등 합계 약 33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수처 조사 결과, 두 사람은 A 부장판사가 전주지법에 부임한 2023년 2월 이후 고발 전까지 약 2년간 개인 휴대전화로 19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변론종결일이나 판결 선고일 등 재판 주요 시점, B 씨가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를 입금받은 시점에 연락이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B 씨는 A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취득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역 교도소 수용자들 사이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었고, 의뢰인들은 이를 듣고 B 씨를 선임하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수임료를 약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의뢰인으로부터 석방 조건 성공보수 수천만원을 미리 받은 직후 A 부장판사와 통화했고, 이후 A 부장판사가 해당 의뢰인에 대해 직권보석을 허가한 사례도 확인됐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판결 선고 하루 전 억 단위 성공보수 조건이 추가됐고, 실제 그 조건에 부합하는 판결이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A 부장판사와 B 씨는 공사비 대납 사실을 숨기기 위해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상가에 대해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한 뒤, 이후 A 부장판사의 배우자의 그랜드 피아노를 공사비에 대물변제한 것처럼 합의해제서를 꾸민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받는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4월 전북경찰청에 고발장이 접수된 뒤 공수처가 같은 해 5월 이첩 요청권을 행사해 직접 수사에 나선 사안이다. 공수처는 올해 3월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하자 보완수사를 거쳐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사건은 지역 법원 부장판사와 관내 변호사 간 유착에 따른 토착 비리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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