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AI 지분 늘려 경영 참여…‘한국판 스페이스X‘ 본격화

입력 2026-05-0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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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KAI 지분 5.09% 확보…‘경영 참여’ 목적
국내 유일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와 시너지 극대화
글로벌 방산업체 대형화·복합화 속도
지상·해양방산 넘어 우주항공 역량 확대 의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5% 이상을 확보했다. KAI 민영화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지상·해양·항공우주를 아우르는 ‘내셔널 챔피언(국가 대표기업)’를 구축하려는 한화의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KAI 지분 10만 주(0.1%)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한화는 지난해 말부터 KAI 지분 4.99%를 확보해 왔으며, 이번 추가 매입으로 지분율은 5.09%까지 확대됐다. 보유 목적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한화 측은 “구체적인 경영 참여 계획은 검토 중”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경우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회사 및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사정과 이익을 충분히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지분 매입을 포함해 연말까지 총 5000억원을 들여 KAI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현재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지분율은 8%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KAI 지분 확보와 관련해 방산·우주항공 분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KAI와 KF-21용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 등을 비롯해 첨단 항공엔진, 수출용 무인기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 모두 수출 비중이 50%를 넘어섰지만, KAI의 주력인 항공기 사업은 막대한 고정비가 투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출 물량이 꾸준히 확보되지 않으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확대가 KAI 민영화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AI는 국내 유일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로, 한화가 KAI를 인수하면 항공기 체계종합 역량까지 확보하게 된다.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우주항공 밸류체인을 완성하기 위한 핵심축이라는 분석이다.

KAI의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지난해 말 기준 지분 26.41%를 보유하고 있다. K-방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KAI의 민영화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민영화가 공론화될 경우 정책 방향에 맞춰 인수 또는 통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방산기업들이 대형화·복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구상에 힘을 싣는다. 독일 라인메탈은 군함 건조 부문을 인수하고 차세대 레이저 무기 개발을 위한 합작 투자를 단행했다. 프랑스 에어버스와 탈레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등 3사는 미국 스페이스X에 대응하기 위해 우주 사업 통·폐합에 나섰다. 영국 BAE시스템스와 미국 노스롭그루먼도 각각 인공위성 제작 기업과 우주 발사체 기술 보유 회사를 인수했다.

한화의 KAI 지분 확대는 단순 협력을 넘어 방산 포트폴리오 전반을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풍산의 탄약 사업 매각을 위한 비공개 입찰에 단독으로 최종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풍산이 매각을 철회하긴 했지만, 여전히 방산 사업 확대를 위한 의지가 여전한 만큼 KAI 역시 기회가 열릴 경우 인수나 통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화가 KAI를 인수할 경우 지상·해양방산을 넘어 항공우주를 모두 아우르는 ‘방산 공룡’이 탄생한다. 특정 그룹으로 방산 역량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 이슈와 산업 생태계 균형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공산도 크다. 일각에서는 독과점 방지를 위해 KAI의 사업 부문을 쪼개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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