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의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위대한 조직을 만든 이순신과 짐 콜린스의 경고

입력 2026-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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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태운 버스는 ‘친절한 지옥’이 된다

▲김기찬 프레지던트대학교 국제총장,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한국이해관계자경영학회 차기 회장 (출처=본인 제공)
▲김기찬 프레지던트대학교 국제총장,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한국이해관계자경영학회 차기 회장 (출처=본인 제공)
위대한 조직의 몰락은 대개 소란스럽게 시작되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친절한 방임,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임원의 굿가이 코스프레, 그리고 부적합한 사람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지 못하는 리더십의 우유부단함에서 조용히 시작된다.

우리는 한국사의 위대한 규범 리더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이순신이다. 이순신은 단순히 전술과 용맹의 지도자가 아니라, 군율과 규범의 위대한 지도자였다. 이순신이 만든 조직의 핵심은 법불아귀(法不阿貴), 곧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다. 법과 원칙이 권력자나 가까운 사람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조직, 그것이 이순신 군대의 강함이었다.

이 규범이 사라지면 이순신의 군대도 무력한 군대가 되고 만다. 위대한 조직이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언제나 아슬아슬한 진행형이다. 오늘의 위대함이 내일의 몰락으로 바뀔 수 있고, 오늘의 규율이 내일의 관료주의로 타락할 수 있다. 특히 정치의 계절에 정치지도자들이 이 점을 깊이 새겨보았으면 한다.

1. ‘위대함이란 아슬아슬한 진행형이다’ 왜. 위대한 조직이 사라지는가?

조직은 위대해지기도 하고, 위대한 조직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 이유를 설명한 책이 짐 콜린스의 두 명저 'Good to Great'와 'How the Mighty Fall'이다. 하나는 위대해지는 길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위대한 기업이 몰락하는 길을 경고한다.

그 두 책의 교차점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위대해지는 비결은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는 것’이고, 몰락하는 이유는 ‘아무나 태우고도 리더가 굿가이로 남으려 했기 때문’이다. 어디로 갈지보다 누구를 태울지가 먼저다. 전략 이전에 사람이다.

위대한 기업의 반열에 올랐던 기업들이 어느 순간 흔들리고, 심지어 몰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 전략의 부재 때문일까. 기술 혁신의 실패 때문일까. 짐 콜린스는 그의 저작들을 통해 일관된 경고를 보낸다. 회사가 무너지는 것은 전략이 나빠서가 아니라, 버스에 아무나 태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혹시 여러분 회사의 임원들이 굿가이(good guy)가 되고 싶어 하는가. 그들이 굿가이 코스프레를 하며 아무나 버스에 태우는 순간, 조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Good to Great'는 위대해지기 위해 ‘적합한 사람’을 태우라고 말한다. 반면 'How the Mighty Fall'은 위대함을 잃는 이유가 ‘아무나’ 태우고도 리더가 굿가이로 남고 싶어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경고한다. 즉 기업이 위대해지는 방법은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는 것이고, 위대한 기업이 몰락하는 것은 버스에 아무나 태우는 것이다.

2. 짐 콜린스의 첫 번째 경고: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라

짐 콜린스의 첫 번째 경고는 명확하다.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라’는 것이다. 그는 경영을 버스 운행에 비유한다. 어디로 갈지, 즉 전략을 정하기 전에 누구를 태울지, 즉 사람을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짐 콜린스는 규율의 문화(A Culture of Discipline)를 강조한다. 위대한 기업은 광적인 규율의 산물이다. 여기서 규율은 단순한 통제나 규칙이 아니다. 규율을 강조하는 과정은 제자 같은 사람을 키우는 길이다. 규율과 규칙은 다르다. 단순히 엄격한 규칙은 관료적 조직을 만들지만, 규율 있는 사람들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되 함께 나아가는 창조적 조직을 만든다. 이것이 공감된 규율의 힘이다.

규율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을 태우면 그를 통제하기 위해 복잡한 규제와 관료주의가 생겨난다. 이것은 결국 유능한 인재의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반면 규율에 공감한 적합한 사람은 외부의 압박 없이도 스스로 최고의 성과를 내며, 조직의 규율을 제약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핵심은 ‘누구’인가가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리더는 어디로 갈 것인가를 먼저 고민한 뒤 그 목적지에 맞는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도약에 성공한 기업들은 달랐다. 그들은 일단 적합한 사람(Right People)을 버스에 태우고, 부적합한 사람(Wrong People)을 내리게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3. 짐 콜린스의 두 번째 경고: 규정집을 가지고 회의에 들어오는 사람을 경계하라

짐 콜린스는 규정집을 가지고 회의에 들어오는 사람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그는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신호 중 하나로 관료주의의 태동을 꼽는다. 회의실 테이블 위에 아이디어와 열정 대신 두꺼운 규정집이 먼저 올라오기 시작했다면, 그 조직은 이미 위대함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 조직에는 점점 더 세세한 규정이 늘어나는가. 답은 명확하다. 버스에 부적합한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규율에 공감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을 관리하기 위해 조직은 하나둘씩 통제 장치를 만든다. 하지만 이 규정들은 정작 성과를 내야 할 적합한 사람들의 창의성을 갉아먹는다.

규정집을 앞세우는 사람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책임 회피에 집중하곤 한다. 조직이 커질수록 규정은 복잡해지고 보고 절차는 까다로워진다. 우리는 이를 당연한 성장통이라 여기지만, 콜린스의 시각은 다르다. 관리 체계가 복잡해진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스스로 규율을 지키지 않는 부적합한 사람’이 버스에 타고 있다는 증거다.

규율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을 한 명 태울 때마다 조직은 그를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 규칙은 결국 유능하고 자율적인 인재들의 발목을 잡으며, 조직의 에너지를 성과가 아닌 관리에 쏟게 만든다.

짐 콜린스는 훈련(Training)과 규율(Discipline)을 엄격히 구분한다. 훈련은 외부에서 강요된 규칙에 따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규정집 중심의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규율은 조직의 가치와 목적에 공감하여 스스로 최선의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람 중심의 방식이다.

규정집을 든 사람이 회의를 주도하는 조직은 ‘훈련된 원숭이’를 만들 뿐, ‘규율 있는 전문가’를 키워내지 못한다.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웠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두꺼운 매뉴얼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다.

4. 짐 콜린스의 세 번째 경고: 아무나 태운 버스는 ‘친절한 지옥’이 된다

짐 콜린스의 세 번째 경고는 더욱 분명하다. 아무나 태운 버스는 ‘친절한 지옥’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굿가이(Good Guy) 임원이 만드는 ‘친절한 지옥’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여기서 굿가이는 사람들 모두에게 잘 대하는 사람이다.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갈등을 줄이며, 가능한 한 모두를 품으려는 사람이다. 문제는 임원이 굿가이로만 남으려 할 때이다. 모두에게 잘 대하려다 기준이 흐려지고,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한 조치가 늦어지며, 결국 조직 전체의 규율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반대로 배드가이(Bad Guy)는 성격이 나쁜 사람이 아니다. 문제가 있는 사람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는 악역도 맡아 하는 사람이다. 조직의 규율과 기준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불편한 결정을 내리고, 부적합한 사람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조치하는 사람이다. 즉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 전체를 위해 원칙을 집행하는 사람이다.

짐 콜린스가 말한 규율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냉혹할 정도의 엄격함(Rigorous)이다. 그가 말한 것은 사람을 수단으로 보는 무자비한(Ruthless) 리더십과는 다르다. 엄격함이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부적합한 사람이 버스에 머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반면 무자비함은 사람을 수단으로 보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다.

임원이 굿가이가 되려다 부적합한 사람을 방치하는 것은 결국 적합한 사람들에 대한 태만이며, 이것이 조직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친절한 지옥’을 만든다.

5. 짐 콜린스의 경고를 무시한 굿가이 코스프레의 세 가지 혼란

짐 콜린스의 경고를 무시하는 순간, 조직의 임원들은 굿가이 코스프레를 시작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고, 갈등을 피하려 하며, 누구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나 버스에 태우는 순간, 조직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혼란에 직면한다.

첫째, 부적합한 사람의 생존이다. 규율에 어긋나거나 몰입도가 낮은 사람에게도 계속 관용을 베푸는 순간, 그 부적합한 사람은 버스에서 내릴 기회를 놓친다. 이는 배려가 아니라 방치다. 부적합한 사람에게도 정직한 피드백과 결단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적합한 사람의 이탈이다. 스스로 규율을 지키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유능한 인재들은 임원의 우유부단함을 보며 역차별을 느낀다. “왜 규율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규율을 지키는 사람이 똑같이 대접받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순간, 최고 수준의 인재들부터 조용히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셋째, 관리의 복잡도 증가이다. 악역을 맡기 싫어하는 임원은 사람을 내보내는 대신 감시 시스템과 복잡한 규정을 만든다. 그러나 규정은 사람을 대신할 수 없다. 부적합한 사람을 그대로 둔 채 규정만 늘리면, 조직은 점점 느려지고 무거워진다. 이것이 버스 관리가 복잡해지는 결정적 이유다.

그래서 스태프나 임원은 단순히 굿가이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필요한 순간에는 배드가이의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여기서 배드가이란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가 있는 사람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는 악역까지 맡을 수 있는 사람이다. 조직의 기준을 지키고, 부적합한 사람을 걸러내며, 성과를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사람이다.

만일 스태프나 임원이 이 배드가이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면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남지 않는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배드가이가 되든지, 아니면 조직이 무너지든지 둘 중 하나다.

그러므로 회사의 임원이 섣불리 굿가이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모두에게 잘 보이려 하고, 갈등을 피하고,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언뜻 보면 성숙한 리더십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조직의 기준을 허물고, 부적합한 사람을 방치하며, 결국 적합한 사람들을 떠나게 만드는 위험한 방임으로 이어진다.

조직에는 굿가이와 배드가이가 모두 필요하다. 굿가이는 사람들 모두에게 잘 대하는 사람이고, 배드가이는 문제가 있는 사람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는 악역까지 맡는 사람이다. 임원이 굿가이가 되려고만 하면 물관리가 되지 않는다. 아무나 버스에 태우는 순간, 조직은 조용히 혼란 속으로 들어간다.

6. 결론: 아슬아슬한 위대함을 지키는 조직은 제자의 힘으로 버틴다

위대한 조직은 결국 제자의 힘으로 유지된다. 4대 성인이 만든 조직이 지금도 위대한 이유는 그들이 단순히 사람을 모은 것이 아니라, 제자를 키우는 데 인생을 바쳤기 때문이다. 제자란 누구인가. 제자는 목적에 공감하고 규율을 지키는 사람이다. 리더가 제시한 뜻을 자기 삶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최악의 인재는 배반하는 사람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의 맨 밑에는 배반자들이 놓여 있다. 단테가 배반자를 가장 깊은 지옥에 둔 이유는 분명하다. 배반은 단순한 실수나 무능이 아니다. 그것은 신뢰를 깨고, 관계를 무너뜨리며, 공동체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위대함을 무너뜨리는 것은 외부의 공격만이 아니다. 목적을 공유하는 척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 규율을 배반하는 내부의 균열이다.

위대한 기업은 아무나 버스에 태우지 않는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한 첫 조건으로 규율 있는 사람(Disciplined People)을 강조했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제자’라고 부를 수 있다. 제자는 단순한 부하가 아니다. 리더의 뜻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도 아니다. 리더의 목적에 깊이 공감하고,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규율을 자기 안에 내면화한 사람이다.

위대한 조직에는 유비 같은 리더와 제갈공명 같은 임원이 필요하다. 유비는 사람을 품고, 큰 뜻을 세우며, 공동체가 나아갈 목적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곁에는 배신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는 제갈공명이 있었다. 제갈공명은 단순한 참모가 아니라 목적을 배신하지 않은 제자형 임원이었다. 그는 리더의 뜻을 이해하고, 전략을 설계하며, 조직의 규율과 방향을 끝까지 지켜낸 사람이다.

아무나 태운 버스는 처음에는 따뜻해 보인다. 그러나 결국 목적지에 가기도 전에 내부 갈등으로 멈춰 선다. 규율 있는 사람은 지치고, 성과를 내는 사람은 떠나며, 조직은 감시 시스템과 규정집과 관료주의 속에서 무거워진다. 친절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준 없는 친절은 조직을 ‘친절한 지옥’으로 만든다. 관계는 소중하다. 그러나 규범 없는 관계는 조직을 무너뜨린다.

위대해질수록 더 따뜻한 목적 공감이 필요하고, 동시에 더 광적인 규범 집행이 필요하다. 유비 같은 리더가 큰 뜻을 세우고, 제갈공명 같은 임원이 그 뜻을 배신하지 않고 지켜낼 때, 조직은 비로소 친절한 지옥을 넘어 위대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결국 위대함은 리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목적에 공감하고 규율을 지키는 제자형 임원들이 함께 지켜내는 것이다.

배신하지 않고 아이디어가 많은 제갈공명이 그리운 시절이다.

김기찬 교수는 현재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학교의 국제총장이자, aSSIST 석좌교수,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이며,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 한국이해관계자경영학회 차기 회장 등으로 활동 중인 대한민국 대표 경영학자다. 기업가정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통합한 사람중심 경영 철학의 선구자이자, K-Entrepreneurship의 세계화를 이끄는 학계·실무계의 권위자다.

서울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대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MIT 국제자동차프로그램(IMVP) 연구위원, 조지워싱턴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을 역임하며 정부 자문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의 자문교수 및 현대모비스·홈앤쇼핑·킨텍스 사외이사 등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산학연 허브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한국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으로서 아세안과의 경영교육 및 교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2018),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2019),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2015) 등이 있다. 다수의 국내외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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