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다양한 기전을 탐색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빌 제거 기전 중심에서 염증 억제, 신경세포 보호 등 다양한 메커니즘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 의견이다. 이에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의 치매 치료제 연구개발(R&D) 동향이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의료 현장에 도입된 치매 치료제는 일라이릴리의 ‘키썬라’(성분명 도나네맙)와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레카네맙) 등 모두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작용하는 기전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 속에 과도하게 축적돼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독성 단백질로, 타우 단백질과 함께 치매의 원인 물질로 지목된다. 레켐비는 2024년 국내에서도 처방되기 시작했으며, 키썬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해외 대규모 연구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기전의 치료제는 유의미한 효과가 없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탈리아 볼로냐 IRCCS와 스위스·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2만342명이 참여한 17건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해 코크란 데이터베이스 오브 시스템 리뷰(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은 인지기능, 치매 중증도, 일상생활 능력 개선과 관련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긍정적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뇌출혈 및 부종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결론지었다. 구체적으로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도나네맙을 포함해 임상 3상(총 2만342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지 기능(ADAS-Cog) 개선 정도는 위약군 대비 0.85점 차이에 불과했다. 이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최소 차이(MCID)인 2~4점에 한참 못 미치는 사소한 수준이다.
뇌부종(ARIA-E) 및 미세 출혈(ARIA-H) 위험은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들이 위약군 대비 현저히 높았다. 부종은 1000명당 107명이 추가로 발생해, 연구진은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를 목표로 하는 향후 임상 시험이 환자에게 뚜렷한 이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낮다”라고 분석했다.
시중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기전의 치료제에 대한 부작용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개발한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은 시판 후 조사를 진행하는 조건으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지만, 투여 환자들이 뇌부종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았다.

국내 학계에서도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겟으로 하는 신약 개발에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단장은 “레카네맙이 처음 FDA 승인을 받았을 때 우려했던 것이 확인되는 결과”라며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레카네맙 3상 연구에도 인지기능 ‘호전’이 아니라 ‘덜 악화됐다’라고 보고됐는데, 이것이 과하게 긍정적으로 해석된 부분이 다분히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치매 치료제들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대해 “아밀로이드 제거 중심의 패러다임을 염증 억제, 신경세포 보호 등 다른 메커니즘으로 전환해야 할 근거를 제시했다”라면서도 “대다수 임상이 18개월 내로 진행돼, 2년 이상의 장기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하기에는 데이터가 여전히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약물이 한계를 마주하면서 효과 논란 부작용 위험을 해소한 새로운 기전의 신약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아리바이오의 AR1001이 가장 개발에 앞서고 있다. AR1001은 혈관 수축에 관여하는 효소인 ‘PDE5’를 억제하는 원리에 기반해 뇌 혈류 개선, 신경세포 사멸 억제, 자가포식 활성화를 통한 독성 단백질 제거, 시냅스 가소성 회복 등 다중 작용 기전 치료제다.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이 북미·유럽·아시아 13개국에서 약 1535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 적극적인 진단으로 치매 관련 의약품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 2022년 약 42억1000만달러(약 6조1962억원)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으며, 2033년에는 약 308억달러(약 45조331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