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비 인상 없이 한전은 버틸까⋯커지는 한전채 부담

입력 2026-04-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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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 주택가 전기계량기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경기 김포 주택가 전기계량기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중동발 국제 유가 급등 여파로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전력 구매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올여름 가정용 냉방비는 일단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는 전기요금 인상 지연이 한전의 재무 부담 확대로 이어지고, 한전채 발행 증가를 통해 금융시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17일 YTN 라디오 '조태현의 생생경제'에서 "정부는 올여름을 무사히 나기 위해 전기요금을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름에는 비슷한 수준의 전기요금 부담을 하게 되겠지만, 가을이나 연말 정도에는 한전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지는 배경으로 전력 도매가격(SMP)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을 꼽았다. 그는 "한전이 전기를 사는 가격인 SMP는 올해 초 80~90원 수준이었다가 최근 130원 수준으로 오른 상황"이라며 "5월 말과 6·7월에는 160원, 심하면 2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초만 해도 국제 LNG 가격은 MMBtu(100만 열량단위)당 10달러 정도였는데, 5·6월 도입 물량 계약을 보면 20달러를 넘겼다"며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LNG가 5월 말부터 들어오기 시작하면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전기요금 인상 시점은 시장 상황만으로 정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유 교수는 "전기요금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한전이 적자를 감수하고 당장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며 "국민 부담 경감과 지방선거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한전이 손해를 떠안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연말 정도에 올리지 않으면 결국 다음 세대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의 자금 조달 부담이 금융시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유 교수는 "한전이 전기를 사올 돈을 마련하려면 결국 회사채를 발행하게 된다"며 "한전채는 국가가 지급을 보증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데, 수요가 한전채로 몰리면 일반 기업 회사채가 팔리지 않아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최근 시행된 시간대별 조정이 기업 부담을 일부 덜어줄 것으로 봤다. 유 교수는 "낮 시간 요금이 내려가고 밤 시간 요금이 올라가면 산업계 전체적으로는 킬로와트시(kWh)당 1.7원 정도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며 "산업계가 크게 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전체 전기 소비에서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육박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최근 3년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이 80% 가까이 오르면서 중국이나 미국보다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기업이 중국이나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까지 고민할 정도"라며 "정부도 산업용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는 매우 신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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