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을 돌며 교량에 부착된 안내 동판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강원 삼척에서 시작된 이 사건, 처음엔 단순 절도로 보였는데요. 파고들수록 이야기는 훨씬 커집니다. 전국 22개 시군을 돌며 교량 동판 416개를 뜯어낸 2인조. 이들이 '금'도 '은'도 아닌 '구리'를 노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건의 핵심은 구리 가격 상승입니다. 최근 미·이란 간 평화협상 재개 기대감 상승으로 구릿값이 급등하면서 동판, 전선, 배수구 덮개 같은 금속류가 '현금화 가능한 자산'으로 변했는데요. 실제로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가격은 톤당 1만4000달러 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번에 검거된 일당은 전국을 돌며 교량 120곳에서 교명판과 설명판 416개, 약 1.9톤을 뜯어냈고요. 이를 고물상에 넘겨 약 2000만원을 챙겼습니다.

문제는 이게 단순한 금전 범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교명판이나 설명판은 단순 표지판이 아니라 위치 안내와 구조 정보 전달 역할을 합니다. 특히 배수구 덮개나 시설물 일부까지 함께 훼손될 경우, 보행자 낙상이나 차량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실제로 과거 금속 절도 사건에서는 맨홀 뚜껑이 사라져 2차 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구리 몇 kg를 훔쳤냐'의 문제를 넘어 시민 안전과 직결된 공공 인프라가 무너지는 문제로 번지고 있는 겁니다. 범죄의 파급력이 훨씬 커진 셈이죠.

흥미로운 건 이 흐름이 낯설지 않다는 점입니다. 중동 긴장 고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 원자재 가격이 먼저 반응합니다. 구리뿐 아니라 금·은·백금 등 주요 금속 가격도 줄줄이 상승하고요.
이때마다 등장하는 게 바로 '황금알 범죄'입니다.
과거에도 전선 절도, 폐식용유 절도, 심지어 해외에서는 자동차 촉매변환기 절도까지 급증했는데요. 실제로 미국에서 촉매변환기에 들어가는 백금족 금속 가격이 오르자 차량 하부를 통째로 뜯어가는 사건이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문제는 단순 단속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한 감시, 고물 유통 경로 관리, 공공시설 보안 강화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구릿값 하나가 도시의 안전까지 흔드는 시대. 이 '나비효과', 생각보다 꽤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