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한 준비 끝 캠핑을 나서는 이의 손에 들려있는 익숙한 저 자태. 저 화려한 색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이죠. 밤과 새벽 우리 집 앞에 있는 그 쿠팡 프레시백이요.
가수 백지영의 유튜브 채널 ‘백지영 Back Z Young’에 12일 공개된 평화로운 캠핑 영상은 뜻밖의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남편 정석원 씨와 함께 자연 속에서 만찬을 즐기는 장면 뒤편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파란색 가방이 포착됐기 때문인데요. 바로 쿠팡의 신선식품 배송용 보냉백인 ‘프레시백’이었습니다.
캠핑의 낭만을 돕는 훌륭한 아이스박스로 변신해 있던 이 가방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했죠. “저건 반납해야 하는 물건 아니냐”, “왜 저걸 캠핑장에 가져가느냐”는 지적이 쏟아졌고 결국 백지영 유튜브 측은 13일 “무지로 인해 잘못된 모습을 보여드렸다”며 해당 장면을 삭제하고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프레시백은 쿠팡이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운영하며 도입한 재사용 보냉 가방인데요. 2020년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 시스템은 기존의 스티로폼 상자나 종이상자 배송 방식에서 벗어나, ‘배송-수거-세척-재사용’이라는 순환 구조를 목표로 탄생했죠.
작동 방식은 간결합니다. 고객이 상품을 받은 뒤 내용물만 꺼내고 빈 가방을 문 앞에 내놓으면, 다음 배송 시 기사가 이를 회수해 가는 형태인데요. 이 시스템은 온라인 쇼핑의 모든 단계를 직접 운영하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축된 거대한 자원 순환 프로세스입니다.
기존 신선식품 배송은 단열을 위해 두꺼운 스티로폼 상자와 다량의 비닐 완충재를 동반했으나, 이를 획기적으로 줄였는데요. 프레시백 회수 후엔 세척을 거쳐 최대 100회까지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프레시백 런칭 초기부터 쿠팡 신선식품 10개 중 약 7개는 이 프레시백으로 배송됐죠. 쿠팡은 이를 통해 2021년 한 해에만 약 1억 개의 스티로폼 상자(약 3만 톤) 사용을 줄였으며 이는 약 9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맞먹는 탄소 저감 효과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거창한 명분은 현관문 앞에서 종종 소유권과 충돌합니다. 바로 “돈을 지불했다”라는 감각에서죠. 쿠팡 프레시백은 배송 후 60일 이내 반납이 원칙인데요. 다음 배송에서 프레시백이 수거되거나 그렇지 않을 때는 쿠팡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수거 요청을 하면 배달기사가 방문하죠.
그러나 프레시백을 수령한 지 60일이 지나도록 반납하지 않을 경우 고객에게 개당 8000원의 지연 사용료가 자동 부과되는데요. 물론 반납 시에는 부과된 금액은 자동 환불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액을 지불한 사용자는 여기서 금액을 내고 산 물건이라는 인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8000원이 결제됐으니 이제 내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식품 이동 시 보냉이 유용한 크기와 편리함에 당연한 듯 사용하는 경우인 거죠.
이처럼 프레시백은 영구 소유가 불가능한 ‘대여품’임에도 불구하고 백지영과 같은 사적 유용 사례를 만들어내는데요. 쿠팡 정규직 배송기사들이 소속된 쿠팡 노조 관계자는 프레시백 체감 회수율은 70~80% 정도라고 언급했습니다. 업계 관계자 또한 실제로 해당 프레시백을 구매하고 싶다는 요청이 꽤 들어온다고 귀띔했는데요.

하지만 이 8000원은 제품의 판매가가 아니라 자산 회수 지연에 따른 ‘위약금’ 성격입니다. 쿠팡의 자산권은 유지되며, 나중에라도 돌려주면 환불해 주는 시스템이 이를 증명하죠. 거기다 프레시백은 회수 시스템 관련 배송 기사의 회수 목표치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습니다. 심지어 수거를 기다리는 프레시백 안에 배달 음식 용기, 기저귀, 심지어 대변까지 담겨 있었다는 배달 기사들의 한탄도 충격적이었죠.
이제 프레시백은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배송 방식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백지영 사태에서 보듯, 이런 편리함은 누군가의 관리와 또 다른 누군가의 확인 작업 위에서 유지되고 있는데요.
단순히 8000원을 냈다고 해서(혹은 지불 전이라도) 가방을 개인 용도로 쓰는 행동은 결국 배송 시스템의 비용을 올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부담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지는데요. 이 편리함을 쓰고 다시 돌려줄 준비가 되어 있는지…현관 앞에 놓인 가방이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