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전문가는 현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강도한테 우리 집 현관 비밀번호를 다 알려줘 놓고 ‘거실에만 머물러 달라’고 부탁하는 꼴”이라고. 정부는 구글이 국내 서버를 활용하니 데이터가 해외로 나가는 건 아니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구글 AI가 데이터를 빨아들여 학습하고 가공하는 순간 데이터 주도권은 사실상 넘어간다. 서버가 어디 있느냐는 논쟁은 이미 구시대적이다.
더 기막힌 건 ‘빈손 협상’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매년 수조 원을 벌어가면서도 세금 한 푼 제대로 안 내는 ‘체리피커’다. 이런 공룡에게 약 197조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나 세금 등 경제적 청구서는커녕 강제성 있는 상생 확답 하나 받아내지 못했다. 구글은 국내 서버를 짓는 대신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꼼수로 법망을 비웃고 있는데 정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췄다”며 정중히 문을 열어준 셈이다.
정부는 “안보 시설은 지도로 가렸으니 괜찮다”고 한다.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다. AI가 여러 지도를 겹쳐 분석하는 ‘맵 매칭’을 돌리면 가려진 군사 시설도 99% 복원해낸다. 결국 1조 원의 혈세를 들여 깎고 닦은 고정밀 지도를 구글 AI ‘제미나이’의 무료 학습용 간식으로 통째로 갖다 바친 꼴이다.
최근 열린 긴급 토론회는 이런 정부의 ‘무방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현장에서는 구글의 데이터 오남용을 막을 감시 체계나 업계 지원 기금을 요구하며 대안을 쏟아냈지만 국토교통부의 답변은 “산업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식의 원론적인 ‘선언’뿐이었다. 당장 우리 기업의 밥그릇이 깨지게 생겼는데, 정부는 “가장 정밀한 정보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교과서 같은 당위론만 읊조렸다.
이미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구글 소작농’이라는 자조가 터져 나온다. 우리가 지도를 정성껏 그려놓으면 정작 돈은 그 위에서 플랫폼 장사를 하는 구글이 다 챙겨가는 구조가 굳어진다는 우려다. 구글의 갑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도 관련 부처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폭탄 돌리기에 급급하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다. 산유국이 원유 통제권을 잃으면 국가는 휘청인다. 지도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 로봇, 도심항공교통(UAM)의 ‘혈관’인 공간정보를 아무 대가 없이 넘겨준 이번 결정은 우리 정보기술(IT) 산업의 가장 뼈아픈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영토를 지키는 것만큼 ‘디지털 영토’를 지키는 것도 국가의 책무다. 집문서를 제 발로 넘겨주고 “우리 집값 오르겠네”라며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텅 빈 대책으로 무장해제당한 지금, 대한민국 지도 주권은 구글의 검색창 속에 인질로 잡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