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임금도 묶이고 주가도 눌린다…중소 상장사의 그림자

입력 2026-04-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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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실적 발표 시즌만 되면 늘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사상 최대 실적, 역대급 영업이익, 그리고 성과급 잔치다.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는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평균 연봉이 5000만원을 넘었다는 통계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 숫자는 현실을 설명하기보다 오히려 가린다. 고용노동부 기준 평균 연봉은 약 5500만원(2월 기준)이다. 하지만 현실은 평균 연봉이 생각보다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300인 미만 기업에서 4546만원인 반면, 300인 이상 기업은 1억28만원으로 2배 이상 차이난다. 대기업이 평균 연봉을 끌어올린 평균의 함정이다.

대기업 내부 구조도 변하고 있다. 기본급보다 성과급 비중이 커지는 방향이다. 일부 반도체 기업은 기본급의 2.5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연봉 상승의 상당 부분이 일회성 보상에서 나온 셈이다. 숫자는 커졌지만, 안정성은 오히려 낮아진 구조다. 기업은 유연해졌지만, 노동자는 불안정해졌다.

문제는 대기업 밖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대기업이 이익을 내면 협력사도 함께 성장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가 절감을 이유로 단가 인하 압박이 반복된다. 납품가는 내려가는데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은 올라 협력사는 구조적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이 구조는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된다. 계약 갱신 때마다 단가는 낮아지고, 개선된 생산성의 과실은 위쪽으로만 올라간다. 협력사는 효율을 높일수록 더 낮은 단가를 요구받는 역설적인 구조에 놓인다. 대기업 협력사인 중소상장사의 한 임원은 “이익이 많이 났다는 게 고객사에 알려지면 어김없이 단가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더라”며 “기술 혁신해서 마진율 올려봐야 대기업 이익률 올려주는 꼴”이라고 푸념했다.

결국 협력사의 비용 절감은 사람에게로 향한다. 임금은 억제되고 채용은 줄어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약 60% 수준에서 형성돼 있는데, 이 격차는 외환위기 이후 한 번도 의미 있게 줄어든 적이 없다고 한다.

이 격차는 자본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코스피 상위 대기업 주가는 크게 오르지만, 같은 밸류체인에 있는 코스닥 협력사들은 따라가지 못한다. 이익이 어디에 집중되는지, 누가 가져가는지를 주가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성장의 과실이 공유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평가가치도 확장되지 않는다.

일부 ‘슈퍼을’이라 불리는 중견기업들이 존재하긴 한다. 독자 기술력이나 글로벌 고객을 확보한 기업들이다. 하지만 이는 손에 꼽는다. 대부분의 중소 상장사는 여전히 원청 의존도가 높고, 가격 결정권이 없다.

이제는 대기업이 얼마나 벌었는지가 아니라 협력사까지 함께 성장하는 구조인지, 이익이 한쪽으로만 쏠리는 구조인지 점검해야 한다.

지금처럼이라면 숫자는 계속 좋아질 것이다. 코스피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고, 평균 연봉도 더 오를 것이다. 하지만 중소 상장사의 체감은 더 나빠질 수 있다. 그 괴리가 커질수록 사회의 불균형도 커진다.

대기업의 이익이 협력사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임금으로 반영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코스닥 기업들의 임금도 올라가고, 기업가치와 주가 역시 함께 상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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