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방문 진료

입력 2026-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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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이 아닌 장소에서 환자를 보는 것은 생경한 경험이다. 진료실은 늘 깔끔히 정돈되어 있고 진찰과 치료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 공간에서 나는 익숙하고 수월하다. 그러나 진료실이 아닌 공간, 이를테면 환자의 집에서 환자를 만나는 것은 아주 색다르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서면 ‘아 이곳이 환자의 집이구나’ 저절로 두리번거리게 된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옷가지, 정돈되지 않은 살림살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닥에 주저앉아 혈압과 혈당을 재는 동안, “이렇게 집에까지 와서 진료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에 ‘이게 무슨 칭찬받을 만한 일인가?’ 하는 쑥스러움이 어색한 분위기를 채운다.

얼마 전부터 방문 진료를 시작했다. 가끔 방문 진료를 요청받는 일이 있어서 방문 진료 시범 기관으로 등록하고 환자들의 집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방문 진료를 원하시는 분들이 대개 병원을 올 수 없는 고령의 노인들, 말기 암 환자들이어서 환자들의 집은 집주인의 나이와 병력만큼이나 오래되었고, 세월의 흔적이 이곳저곳에 배어 있었다. 방문한 집에는 오랜 기간 진료실에서 만났던 할머니가 누워계셨다. “저 누군지 알아보시겠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신다. 몇 개월 전부터 치매가 심해지셨다고 한다.

벽에 걸린 어린 손자의 큼지막한 사진을 바라보자 보호자가 저 아이가 벌써 20대 청년이라 알려준다. 액자는 20여 년을 그 자리에 걸려있었고 그동안 어르신은 늙어 이젠 혼자 힘으로 병원을 올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수액을 놓아드리고 돌아오는 길, 할머니를 다시 진료실에서 만날 수 있을지 요원했다. 늦은 밤 왕진을 하러 간 의사의 한계를 묘사한 카프카의 단편 ‘시골 의사’가 떠올랐다. 방문 진료는 의료인의 측면에서 보면 비효율적이다. 환자의 집까지 왔다 가는 시간이며, 혈압계, 혈당계 정도의 최소한의 기구로 진료해야 하는 상황 등. 그러나 의료는 효율성만으로 가치를 따질 것이 아니다. 방문 진료는 돌봄이라는 의료가 가진 본연의 가치를 환자들에게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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