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증시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기업공개(IPO)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지분을 보유한 국내 대형주들이 요동치고 있다. 스페이스X, 앤스로픽 등 이른바 ‘대어’들의 상장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실제 지분 가치에 비교해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했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미래에셋증권과 SK텔레콤의 주가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미래에셋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10.87% 상승한 7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올해 초와 비교해 194.98% 폭등한 수치다. SK텔레콤 역시 전일 대비 3.24% 오른 9만55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연초 대비 79.7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증시 활황에 따른 실적 기대로,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인프라주에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 기조가 견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페이스X와 앤스로픽의 상장 소식이 그 이상의 ‘강력한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194.98%)의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시총 2위와 3위 증권사인 키움증권(59.20%), NH투자증권(65.26%)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상승률(79.74%) 역시 경쟁 통신사인 KT(22.05%), LG유플러스(18.68%)와 비교해 3배 이상 높았다.
미래에셋증권의 모기업인 미래에셋그룹은 2022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에 2억7800만달러(약 4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캐피탈이 펀드를 조성하고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계열사 및 리테일이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 최근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얼마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밀 초안 등록 서류'를 제출하며 IPO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23년 앤스로픽에 1억 달러(1482억원)을 투자했다. 사업보고서 기준 2025년 말 앤스로픽 지분의 장부가액은 1조3762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오픈AI 출신 연구진이 설립한 앤스로픽은 최근 프리 기업공개(IPO) 라운드에서 기업 가치 약 3500억 달러를 평가받으며 250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폭등세가 실제 지분가치보다 과장돼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작년 12월 말 기준 SKT의 앤스로픽 지분율은 0.3%로 추산된다.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이 연초 대비 시가총액이 약 10조원 이상 증가한 것은 실적에 따른 가치 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기업 가치를 14~17조원으로 가정하면, 현재 주가에 반영된 앤스로픽의 지분가치는 3~6조원으로 추산된다"며 "반면 실제 SK텔레콤이 보유한 앤스로픽 지분의 적정가치는 약 1.5~1.7조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상황은 더욱 극단적이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24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스페이스X와 관련해 "2025년 결산 재무제표에 반영된 세 회사의 평가금액은 1조9000억원으로 평가이익만 1조3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의 시가총액 상승분은 평가익을 앞질렀다. 연초 대비 26조원 급등했고, 같은 기간 시총 순위도 47위에서 21위로 수직 상승했다. 실제 가치보다는 '일론 머스크 테마주'로서의 성격이 짙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추가적인 평가 이익 발생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장영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에 스페이스X 관련 평가이익이 약 1조원 반영되며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스페이스X 상장 이후에도 추가적인 평가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12개월 선행 PBR은 2.5배로 밸류에이션이 다소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추가적인 스페이스X 평가이익이 반영되더라도 주가는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