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공적입양은 본질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제도다. 영국의 경우 아동이 보호체계에 들어온 이후 입양가정에 배치되기까지 평균 약 19개월, 이후 법적 확정까지 약 9개월이 추가로 소요된다. 이처럼 상당한 시간이 걸림에도 가정조사와 입양 준비를 위한 보완 과정 자체를 ‘불필요한 지연’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의 아동 중심 입양 동기와 준비도를 충분히 점검하고 지원하는 것은 공적 입양체계의 핵심 가치로 받아들여진다.
지연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체계적인 입양 교육과 상담의 부재이다. 현재는 최소한의 법적 자격과 기본교육만 받으면 가정조사가 완료될 수 있다. 그러나 가정조사가 완료되었다고 적합성 조건을 모두 갖춘 것은 아니다. 예비양부모 심리상태를 고려한 부모 상담과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서 아동 중심의 유연하고 수용성 있는 부모로 준비시키는 과정이 입양 전 절차에 걸쳐 지속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 중심 입양에 대한 교육·상담 전문 인력이 부족해 신중함이 더해져야 할 자격 심의 절차조차 지연이라는 프레임으로 재촉받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둘째, 가정형 보호체계의 취약성이다. 선진국의 국내 입양 통계에서 유일하게 증가하는 지표가 ‘위탁에서 입양으로 이어지는 사례’라는 점만 보아도, 가정위탁 보호 강화가 입양에서 얼마나 중요한 기반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입양대상 영유아의 약 40%가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다. 이들이 신속한 입양 절차만으로 모두 가정에서 보호될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의료적 문제가 있는 영유아는 입양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입양이 모든 아동에게 유일한 보호 경로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건강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정체성과 권리를 존중받으며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지속적인 보호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법원의 임시양육 단계에서의 불필요한 지연 문제이다. 임시양육 허가는 ‘최종 입양 허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예비양부모 경험이 기사로 보도된 바 있다. 임시양육은 국가 보호체계 안에서 안전하게 아동과 예비양부모 간 적응성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법원이 국내입양분과위원회와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임시양육을 보다 지연 없이 허가하고, 위탁기관과 지자체는 물론 법원의 가사조사관까지 참여하여 아동과 부모의 상호작용, 그리고 부모의 양육역량을 다각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제대로 작동되면, 예비양부모와 아동의 만남이 불필요하게 지연될 이유는 없다.
공공입양체계는 속도를 경쟁하는 제도가 아니라, 아동의 삶을 책임지는 제도다. 중요한 것은 모든 아동이 적절한 시점에 안정된 가정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조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