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발표 이후 다주택자들의 셈법은 분주해졌다.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매물을 내놓는 이들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아실에 따르면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6631건을 기록해 연초 대비 34% 늘었다. 그러나 버티기에 들어간 이들도 적지 않다. 자녀에게 증여를 택한 경우도 눈에 띄게 늘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지역의 아파트 등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1387건으로 3년 3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규제가 촘촘해질수록 시장 참여자들의 회피 경로도 다양해지는 법이다.
시장의 본질적인 물음은 결국 하나다. 이런 복합 규제가 서울 집값을 실제로 잡을 수 있는가다. 매물이 시장에 쏟아진다 해도 집을 살 수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맞물린 지금 매물이 나와도 여력이 되지 않는 실수요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실거래가 줄면서 시장이 안정되는 게 아닌 외려 경직될 가능성도 있다.
전·월세 시장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임대를 포기할 경우 임대 공급이 줄어들고 전·월세 가격은 오히려 오를 수 있다. 정책의 타깃이 다주택자라 해도 그 여파는 고스란히 무주택 세입자들에게 전가된다. 규제의 역설이다. 매매시장의 문턱은 높아지고 임대시장의 숨통은 조여지는 구조라면 결국 가장 약한 고리는 집 없는 서민층이 될 수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한까지 한 달이 조금 안 남았다. 시한이 다가올수록 매물 출회 여부, 거래량 변화, 전세가 흐름이 이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퇴로를 막는 데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집 없는 이들의 내 집 마련 진입로가 넓어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규제의 칼날이 예리할수록 그 칼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