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제회 지방 이전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자본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전주 집적 전략을 둘러싼 시선도 복잡하다. 자산운용사 유치를 통해 금융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접근보다, 정작 공제회 등 투자기관까지 묶어 이동시키는 흐름이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올 1월 말 기준 대체투자 금액은 233조5000억원이다. 7대 공제회인 △교직원공제회(41조6160억원) △지방행정공제회(19조9601억원) △군인공제회(9조5906억원) △과학기술인공제회(9조4735억원) △경찰공제회(3조962억원) △소방공제회(7044억원) △지방재정공제회(5599억원) 등을 모두 합쳐도 국민연금 대체투자 금액에 못미친다.
국민연금은 2017년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이후 운용사 유치와 금융 생태계 조성을 주요 과제로 삼아 왔다. 실제로 올해 1월 전주 소재 운용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2월에는 전북도, KB금융과 함께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외 자산운용사 사무소 16곳이 전주에 새롭게 둥지를 튼 상태다.
핵심은 집적의 방향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집적은 정보와 인력,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모이는 결과이지 정책적으로 분산시키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운용사를 특정 지역으로 유도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데, 의사결정 주체인 투자기관까지 물리적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시장 원리와 어긋나는 접근"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제회의 경우 운용사와 달리 사람 중심의 투자 구조가 강해 입지 변화의 충격이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공제회는 딜 소싱부터 투자 실행까지 대부분이 대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주식은 어디서든 할 수 있지만 대체투자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사업"이라며 "서울에 집중된 투자 네트워크에서 떨어지는 순간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투자자나 글로벌 운용사 입장에서 국민연금은 전주까지 이동할 유인이 충분하지만, 개별 공제회까지 같은 수준의 접근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인천에 도착해 서울에서 여러 기관을 한 번에 만나는 구조가 효율적인데, 공제회 하나를 위해 전주까지 이동하는 경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국민연금 중심으로 관계가 쏠리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공제회가 독립적인 투자 주체가 아니라 국민연금 주변에 종속된 위성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집적을 통해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취지와 달리, 특정 기관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편중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사례를 단순 비교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은 새크라멘토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인구 규모가 큰 도시는 아니지만,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공공기관이 밀집한 행정 중심지라는 맥락 속에서 자리 잡은 구조다. 연금 가입자인 공공부문 종사자들과 행정 기능이 함께 모여 있는 자연스러운 집적지다. 반면, 전주는 공제회 회원이나 주요 이해 관계자가 모여 있는 지역이 아닌 만큼, 해외 사례를 근거로 들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금융산업에서 집적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정책 목표에 맞춰 재배치하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특히, 공제회처럼 의사결정과 네트워크가 핵심인 기관은 입지 선택이 곧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