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혜택 모두에게 제공 목표
점진적 정책 수정으론 부족”
공공기금 조성 아이디어도 제시
부와 노동 전면 재설계 촉구

각국 정부가 인공지능(AI)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놓고 대응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오픈AI가 로봇세 신설, 주 4일 근무제, 공공기금 조성 등 부와 노동을 파격적으로 재편하는 내용의 정책 제안서를 발표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지능 시대의 산업정책: 인간 중심 아이디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해 향후 격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지능시대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제안했다. 최종적 권고안이 아니라 광범위한 논의의 출발점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오픈AI는 보고서 발간 이유에 대해 “초인공지능(ASI)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점진적인 정책 수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사람 중심 정책 아이디어들을 제시해 고도화된 AI가 모두에게 혜택을 주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ASI는 과학ㆍ예술 등 모든 영역에서 최고 수준 인간의 두뇌를 초월하는 AI를 가리키는 이론적 개념이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넘어 인간의 개입 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지식과 능력을 진화시킬 수 있다.
오픈AI가 제안한 프레임워크는 세 가지 핵심 목표를 중심으로 한다. AI가 주도하는 번영을 더 널리 분배하고, 시스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며, 경제 권력과 기회가 특정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AI 역량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우선 세금 부담의 중심을 노동에서 자본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오픈AI는 “AI가 노동과 생산을 재편함에 따라 경제 활동의 구성 자체가 변화하고 기업 이익과 자본이득은 확대되는 반면 노동소득과 급여세 의존도는 줄어들 수 있다”면서 “기업 이익, AI 기반 수익, 또는 고소득층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을 높이는 방안이 있다”고 밝혔다. 법인세를 구체적으로 얼마나 올릴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인상 필요성도 거론했다.
이와 함께 2017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가 제안했던 ‘로봇세’ 아이디어도 거론했다. 이는 로봇이 인간 근로자 일자리를 대체하면 그만큼 세금을 납부하게 하는 개념이다.
보고서에는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지 않더라도 AI 기업과 AI 인프라에 대한 공적 지분과 수익을 자동으로 가질 수 있게 하는 공공기금 조성 아이디어도 포함됐다. 초지능시대에 대규모 일자리 감소가 우려됨에 시민들에게 현금을 직접 분배해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고용주가 급여 삭감 없는 ‘주 4일(32시간) 근무제’를 실험하도록 장려하는 등 AI가 가져온 효율성 이득을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도 촉구했다. 이는 AI가 인간에게 더 나은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술 업계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또 기업들이 퇴직금 매칭 펀드나 기여금을 늘리고 건강보험 비용 부담을 확대하며 보육 및 노인 요양비를 보조할 것을 제안했다. 주목할 점은 오픈AI가 이를 정부의 책임이 아닌 기업의 책임으로 프레임화했다는 점이다.
AI를 악용한 위협에 대응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AI 표준·혁신 센터(CAISI)’와 같은 기관의 권한을 강화해 AI 모델의 위험성을 검증하는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보고서에 거론됐다.
성장 전략도 포함됐다. AI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 확충, 보조금·세액공제·지분 투자 등을 통한 AI 인프라 확대 등이 그것이다. 오픈AI는 AI를 ‘공공재(유틸리티)’처럼 다뤄야 한다며, 소수 기업이 독점하지 않도록 산업계와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픈AI는 “이 같은 정책 연구 지원에 10만달러(약 1억5070만원)의 지원금과 100만달러 상당의 AI 이용 크레딧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알렸다. 또 추가 정책 논의를 위해 내달 워싱턴D.C.에서 워크숍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크크런치는 “오픈AI의 이번 제안은 일종의 ‘위시리스트(희망 목록)’와 같다”면서 “AI가 노동과 경제를 변화시키는 시대에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는지 선출직 공무원, 투자자, 그리고 대중에게 알리는 공개 선언이기도 하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좌파 성향의 메커니즘과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적이고 시장 주도적인 경제 틀을 결합한 형태”라고 부연설명했다.
2015년에 설립된 오픈AI는 2022년 말 챗GPT를 출시하며 현재의 생성형 AI 붐을 촉발했다. 본래 인류 전체에 이익이 되는 AI를 목표로 설립된 비영리 조직이었으나, 지난해 영리 기업으로 전환했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