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지원 발판⋯탄소배출권 거래·금융 분석까지 사업 확장
부산 해양수도 기대⋯“스타트업 성장, 금융·PoC 기회 가장 중요”

“해양진흥공사가 선박금융에 강점이 있지만, 정작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내에 활성화된 금융기관이 많지 않아 체감상 서울보다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미팅을 위해 일주일 중 사흘을 서울에서 보낼 정도죠.”
지난 1일 BIFC 9층 마리나체인 본사에서 만난 하성엽 마리나체인(MarinaChain) 최고경영자(CEO)는 ‘금융중심지’ 부산에 대한 쓴소리로 운을 뗐다. 그는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 금융의 ‘선순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하 CEO는 “스타트업에 가장 중요한 건 투자와 기술검증(PoC) 기회인데 그 중심에 은행이 있다”며 “신용·기술보증기금을 통한 금융 지원 체계가 투자와 사업 협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공고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하 CEO가 부산을 고집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파편화된 선박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탄소배출권 거래와 금융 분석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마리나체인의 비전이 해운 산업의 심장부인 부산에서 가장 잘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 CEO는 “중소 해운사들은 환경규제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며 "우리가 그들의 ‘두 번째 팀’이 돼 데이터를 관리하고 탄소금융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진 상태와 연료 사용량 등 주요 운항 정보를 기록해야 하는 선박 데이터는 여전히 수기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마리나체인은 이를 디지털로 전환해 정제한 뒤, 한국선급(KR)의 검증을 거쳐 탄소배출권 구매와 당국 제출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하 CEO는 “우리는 플랫폼을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박별로 필요한 환경규제에 맞춰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환경규제 5종을 고객사가 뷔페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구조”라며 “해운사로선 인건비를 줄이고 업무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적된 데이터는 금융 서비스로 확장된다. 하 CEO는 “선박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치평가 리포트를 제공해 금융기관의 투자 판단과 리스크 분석을 돕는다”며 “적정한 선박 가격을 판단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실전형 아이디어는 현장 경험에서 나왔다. 하 CEO는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한 뒤 유조선 기관사로 승선해 근무했다. 최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이 일터였다고 한다. 회사 동료들 역시 컨테이너선 1등 항해사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해운사의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인공지능(AI)을 통한 대체와 연결을 고민하며 창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창업 3년 차인 마리나체인이 BIFC에 본사를 잡기까지는 KB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KB스타터스’와 ‘KB유니콘클럽’의 도움이 컸다. 애초 KB금융이 제공하는 글로벌 사무실을 통해 2022년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이후 BIFC에 본사를 꾸렸다.
올해 목표는 유럽과 일본 등 해외 진출이지만 중심축은 여전히 부산이다. 지난해 12월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데 이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도 부산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어 기대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하 CEO는 “부산은 해운 산업의 심장부라 떠날 수 없는 곳”이라며 “접점이 없던 해양진흥공사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과의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