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기술탈취·불법브로커 문제까지…경영 불확실성 확대

중동발 리스크와 국내 노동제도 변화가 맞물리면서 중소기업계가 생존 위기에 빠졌다. 대외적으로 유가와 물류 불안이, 대내적으로 노란봉투법 시행 후 노사관계 변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기술탈취 대응과 지원사업 브로커 차단 같은 업계의 구조적 과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6일 본지 취재 결과 제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유가와 해상운임 변동성 확대, 노동제도 변화, 인건비 부담이 한꺼번에 겹치며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응력이 낮은 중소기업일수록 에너지·물류비 변동과 제도 변화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다.
이 같은 부담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3일부터 19일까지 중소기업 305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전망조사에서 4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80.8로 전월보다 1.7포인트(p) 하락했다. 제조업은 80.7로 7.4p 떨어졌고, 건설업은 68.8로 1.5p 하락했다. 경영상 애로 요인으로는 매출 부진(49.0%)이 가장 많았고 원자재 가격 상승(37.9%), 업체 간 경쟁 심화(31.7%), 인건비 상승(30.3%)이 뒤를 이었다.
대외 변수부터 심상치 않다. 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에 대응해 대체 원유를 확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유가와 해상운임이 다시 출렁일 경우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발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조달과 납기 대응에도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경기 군포시의 A 중소기업 대표는 "포장재는 물론 플라스틱 사출 재료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기름값이 오르면 물류비와 업무 비용도 같이 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이 정상화되더라도 에너지 시설 피해를 감안하면 최소 6개월은 여파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 현안도 중소기업계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개정 노조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3월 10일 시행됐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과 교섭 범위를 둘러싼 법 적용 불확실성, 생산 차질에 따른 원청 거래 축소 가능성 등을 주요 부담 요인으로 보고 있다.
경기 안산의 B 중소기업 대표는 "당장 현장에서 직접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대기업이 영향을 받으면 결국 나비효과처럼 다 영향을 받는다"며 "교섭 과정이 길어지면 제조원가나 공사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술탈취 피해와 정책자금 제3자 부당개입 문제도 중소기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중기부가 범정부 기술탈취 신문고 개설과 제3자 부당개입 대응 태스크포스(TF) 가동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입증 부담과 소송 장기화, 피해 구제 실효성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오동윤 동아대 교수(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는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일시적인 경기 부진이라기보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복합 부담이 겹친 결과"라며 "단기 지원을 반복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원가·에너지·원자재·제도 불확실성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고 근본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 정책도 보호와 지원에만 머물기보다 성장과 체질 개선까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