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일본은 지금] 다카이치 ‘독도’ 강경 발언 속내는

입력 2026-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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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정책학과 특임교수

지난달 한때 한일 양국 간 긴장감이 다시 높아졌다. 그동안 한국에 비교적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온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돌연 국회에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는 명백한 일본 영토”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케시마의 날’에 장관급 인사를 파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한국 정부는 강력히 항의했고 한국 사회도 “역시 일본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대외 메시지라기보다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른 수사로 보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다. 2월 22일 시마네현이 개최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서 일본 정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차관급인 정무관을 파견했다. 그런데 정무관이 인사말을 위해 단상에 오르자 행사장은 야유와 욕설, 그리고 다카이치 총리를 향한 항의로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참석자들은 “왜 다카이치 총리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왜 한국의 눈치를 보는가”라고 외쳤다. 이는 그동안 다카이치 총리가 “한국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며 “다케시마의 날에는 당당히 장관을 파견하겠다”고 공언해 온 데 대한 실망과 분노가 표출된 결과였다. 다만 이러한 배경은 한국 사회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고 국내에서는 여전히 일본 강경보수의 전형적인 대한국 도발로 받아들여졌다.

시마네현에서의 소동 이후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은 하락했고, 국회 답변에서도 예전만큼의 자신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일본 언론 역시 그의 행보를 둘러싼 이상기류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다카이치 총리의 독도 발언은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고 강경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한 계산된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일본의 국내 정치를 겨냥한 발언일 가능성이 크지만 총리가 이를 재차 공언한 이상 내년 ‘다케시마의 날’에는 일본 정부가 장관급 인사를 파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그 전에 다카이치 총리가 물러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이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달 19일 미일 정상회담이었다. 이 회담에서 그는 호르무즈해협에 자위대를 보낼 수 없는 일본의 헌법적·법률적 한계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한편, 미국산 원유의 일본 수입 확대, 미국 내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일본 자본의 미국 구리광산 개발 등을 제안하며 회담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일본 일부 언론은 정상회담 리셉션에서의 과도하게 친근한 모습을 보인 총리의 태도를 문제삼았지만 유럽과 미국 언론은 그의 대미 외교 수완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일본은 이란과도 역사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19년에도 미·이란 관계가 악화되어 현재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었을 때 일본은 미국의 연합군 참여 요구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대이란 외교를 전개했다. 당시 조사선을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했으며 고(故)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이란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례는 일본의 대이란외교가 단순한 대미 추종이 아니라 자국의 법적·전략적 한계를 고려한 계산 위에서 움직여 왔음을 보여준다

다카이치 총리는 현재 “일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해 우리는 보다 면밀히 주시하고 그에 상응하는 외교적·전략적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영토 분쟁은 대개 국내 정치와 결부되어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지도자의 수사와 실제 정책 사이의 간극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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