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소위, 실질적 논의 못해
전문가들, 직접 지원 신중한 입장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고 전세 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보증금의 3분의 1을 보장하는 사업에 279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보증금 직접 보전' 등 핵심 구제책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여야 공동 발의로 구제 실효성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전세 사기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복기왕·엄태영 의원 등 여야 의원 48명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피해자에게 최소보장금을 먼저 지급한 뒤 국가가 보증금 반환채권을 넘겨받아 경·공매 절차에서 회수하는 '선지원 후정산' 구조를 골자로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날 약 110일 만에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개정안 등을 심사했으나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국토위 관계자는 "소위 회의에서는 물리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그래서 목차만 읽고 끝났다"며 "특별한 이견을 확인하지 못한 채 차기 심사로 넘겨진 상태로, 다음 주 소위 회의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외국인 지원과 피해 요건 완화 등을 담은 윤종오 진보당 의원의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지원 대상을 외국인과 재외동포까지 확대하고 1인 피해자도 구제받을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는 등 현장의 세밀한 고충을 담고 있다.
입법 논의가 공전하는 사이 정부는 별도의 예산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26조 2000억원 규모의 '2026년 추경안'을 의결했다. 이 중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 안정을 위한 보증금 3분의 1 보전 사업에 279억원이 투입된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일상을 되찾아 드리는 것은 국가의 마땅한 책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구제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학계와 국회 내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재정 투입안에 대해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곽현준 수석전문위원은 2월 검토보고서에서 윤종오 의원안(보증금 50% 재정 지원)과 관련한 기획예산처 의견을 인용해 "사인 간의 채무는 「민법」에 따른 사적 해결이 원칙으로 국비 보전 시 보이스피싱 등 유사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에 반하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대인 구속 시 지자체가 주택을 수선하는 대목에 대해서도 법무부 의견을 빌려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역시 현 지원책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짚었다. 최 교수는 "근본적인 대책은 사실 전세 제도 자체가 존속하는 한 이런 일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며 "결국 향후 전세 제도 자체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세 보증금 자체를 줄이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애초에 발생의 씨앗을 축소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을 만들거나 반환 비율만큼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조치가 곁들여져야 균형이 맞는 법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