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미분양 부담에 지방 건설사 직격탄

올해 들어 전국 건설업 폐업신고가 1000건을 넘어서며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 강화와 지방 미분양 부담, 여전한 원가 부담이 겹치면서 지방 중소건설사부터 한파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한국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전국 건설업 폐업신고 건수는 총 105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08건)보다 15.7% 늘어난 수치로 같은 기간 기준으로는 2014년(1192건)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다.
유형별로 보면 종합건설업체는 156곳이 폐업했고 전문건설업체는 895곳이 문을 닫았다. 특히 폐업 증가는 지방 중소 건설업체에 집중된 모습이다. 비수도권 폐업신고는 658건으로 전체의 62.6%를 차지했다. 건설업 폐업신고 10건 중 6건 이상이 지방에서 발생한 셈이다.
건설사 폐업 증가의 배경으로는 유동성 악화가 지목된다. 공사비 상승과 자금조달 부담이 맞물리면서 금융권의 건설·부동산 익스포저 관리 강화로 브릿지론과 본 PF 심사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한층 까다로워진 영향이다.
특히 지방은 PF 조달 환경이 더 열악하다.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신용이나 다양한 금융조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지방 중소건설사는 지역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부동산 경기 위축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대출이 막히면 사업 자체가 멈추는 구조인 만큼 자금 경색의 충격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지방 미분양 부담도 겹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576가구로 전월보다 66가구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7881가구로 전월 대비 12.6%(1998가구) 증가했고 지방은 4만8695가구로 3.8%(1932가구) 감소했다.
문제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2만9555가구로 전월 대비 3.2%(914가구) 증가했다. 이 가운데 2만5612가구가 지방에 몰려 전체의 86.7%를 차지했다.
한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사업장은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PF 조달까지 막히다 보니 공사를 이어가기 자체가 쉽지 않다”며 “자금이 돌지 않으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 지표도 둔화 흐름을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실제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건설기성은 9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3% 감소하며 약 5년 만에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현장 가동률이 낮아지고 사업 지연이 이어진 영향이다.
공사비 부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28로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자재비와 노무비 부담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이 낮은 중소업체일수록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 종합실적지수는 62.5로 전월보다 8.7포인트 하락해 지수 개편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CBSI는 건설사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 이하일수록 경기 부진 인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건설경기는 수주가 일부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되는 반면, 민간 건축과 지방 현장을 중심으로 위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자금조달과 미분양 문제가 동시에 작용하는 지방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어려움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