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청년 고용 시장의 입구가 좁아지고 있다. 기업의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가운데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가형 AI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가통계포털(KOSIS)과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25~29세 취업자는 234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2000명 줄었다. 동월 기준 2017년(224만5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월 20대 후반 고용률은 70.4%로 0.5%포인트(p) 낮아졌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과 함께 정보통신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에서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정부는 AI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진입할 일자리는 줄어드는 양상이다. 최근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AI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첫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장기적으로 인적 자본 축적을 약화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창업’이 부상하고 있다. 취업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경로가 이동하는 것이다.
AI 발전으로 창업 비용과 진입 장벽은 낮아지는 흐름이다. 생성형 AI는 개발·운영 인력을 대체하며 소규모 창업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앤스로픽이 이동 중에도 메시징 앱을 통해 개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클로드 코드 채널’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창업은 쉬워졌지만 높은 기술력을 가진 AI 인재는 창업에 나서지 않는 것이 문제다. 20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AI 기술 관련 전공의 석·박사급 인재 7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내 고급 AI 인재의 71.5%가 창업 의향이 있지만 66.3%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창업을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PRi는 ‘고급 AI 인재의 기업가정신 현황과 창업 의지 영향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은 결과에 대해 노동시장에서 AI 인재의 처우가 상당히 우수하기 때문에 창업 기회비용과 리스크가 크게 체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기술력이 뛰어난 엘리트 인재일수록 오히려 창업 의지가 낮아지는 ‘AI 인재의 역설’이 나타났다. 기술 자기효능감은 평균 7점 이상인 반면 창업 자기효능감은 평균 5~6점대였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응용·활용하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을수록 창업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술 자기효능감과 창업 의지가 반비례 관계인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봉강호 SPRi SW기반정책·인재연구실 선임연구원은 “기술적 역량에만 초점을 두는 인재양성 정책이 AI 인재의 창업과 AI 생태계 역동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AI 인재가 R&D·기술이전·신사업개척·창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창출 활동을 수행하도록 유인하는 생태계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AI 시대 고용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 방식의 변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 중심 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창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4개 대학(원)에 연간 10억원을 6년간 지원하는 ‘인공지능·디지털 기반 창업 인재 양성사업’을 공모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의 일환으로 보인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기업들이 청년 채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창업뿐”이라며 “AI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일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가 청년 창업을 지원해주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