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휴머노이드 기술 확산으로 산업 구조 전반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AI 반도체 등 핵심 분야 중심의 투자가 확대되고 전략적 M&A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글로벌 에너지·물류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중장기 투자 판단에도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M&A는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대응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일PwC는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본사 아모레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공급망과 2026년 M&A 시장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는 기업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AI 공급망 형성과 지정학적 변수로 시장의 복잡성이 커지는 환경 속에서 M&A 전략과 투자 기회를 논의했다.
민준선 삼일PwC 딜 부문 대표는 개회사에서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세미나는 국내외 M&A 시장의 흐름과 함께 AI 공급망을 둘러싼 주요 산업의 변화와 투자 방향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변화하는 M&A 환경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향후 전략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미나는 △올해 경제 및 산업 트렌드 △ M&A의 트렌드 변화 △ AI·휴머노이드 시대 성장할 산업 등 크게 세 가지 세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최재영 삼일PwC 경영연구원장이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작전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글로벌 경제 환경을 분석하며 향후 경제 전망과 산업 트렌드 변화를 설명했다. 최 원장은 “글로벌 질서 재편, 기술 변곡점, 거시경제 시스템 변화, 국가 정책 불안정성이라는 네 가지 구조적 트렌드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단기 경기 변동보다 장기 추세선의 변화를 읽는 것이 M&A 전략 수립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경수 삼일PwC M&A 센터장은 M&A 시장 재편 흐름과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정 센터장은 “올해 M&A 시장은 AI 대전환, 대형 딜 중심의 K-커브(양극화), 선택과 집중의 자본 배분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전망하며 △변동성에 대한 선제 대비와 유동성 관리 △한정된 자본 내 적절한 자본 배분 원칙 수립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M&A 적극 활용 △ 인수 대상의 AI 전략 및 역량에 대한 상세한 실사 수행 등 네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정 센터장은 “지금은 관망할 때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이정 KDB산업은행 팀장이 국민성장펀드의 기금 조성과 운용 방안을 소개하고, 기업과 투자자들이 실무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주요 사항을 설명했다. 이 팀장은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선제적으로 위험을 부담해 민간자금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라며 “AI와 반도체, 에너지 인프라 등 분야에서 투자·융자·M&A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삼일PwC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에너지 및 전력 인프라부터 피지컬 AI에 이르기까지 AI 생태계 전반에 걸친 주요 산업별 M&A 트렌드를 다뤘다.
한정탁 삼일PwC 에너지트랜지션플랫폼 리더는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배경으로 국내외 에너지 산업과 전력 인프라 전반의 투자 동향을 설명하며, 해당 분야가 기업의 성장과 생존 전략 차원에서 핵심적인 M&A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한 리더는 “이 분야에서 M&A 전략을 수립할 때는 제도·정책의 변화 방향, 현 정부의 정책 기조, 정책 동향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한준 2차전지 섹터 리더는 글로벌 2차전지 산업에 대해 “전기차(EV) 수요 자체는 여전히 성장세이나, 초기 과잉 설비 투자와 중국 중심의 공급 전략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기술 패러다임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적 전환 국면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조 리더는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한 주요 플레이어들은 EV 중심의 단일 전략에서 벗어나 에너지저장장치(ESS)·리튬인산철(LFP) 등으로의 시장 다변화와 기존 합작법인(JV) 재편을 통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재조정 구간은 기술·공급망·자본이 동시에 재편되는 변곡점인 만큼,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기업만이 향후 도약 국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공급망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데이터센터 분야에 대해서는 서용태 인프라·에너지 섹터 리더가 데이터센터 밸류체인별 국내외 거래 사례를 소개하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직적 통합과 플랫폼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 리더는 “M&A 관점에서는 데이터센터 자체뿐 아니라 전력·냉각·운영 역량 등 공급망 전반으로 투자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어, 인허가 리드타임 장기화·핵심 전력기기 공급 부족·인력 부족 등 병목 구간을 해소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승환 피지컬 AI 섹터 리더는 “국내 기업들은 제조 역량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산업용 로봇에서 협동 로봇·휴머노이드로 단계적으로 확장하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업체 간 상호보완적 협업과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생태계에 진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피지컬 AI 분야의 M&A는 향후 3~4년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높은 밸류에이션 환경을 고려해 소수 지분 투자로 리스크를 낮추고 기술 검증 이후 후속 M&A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이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